현대엔지니어링이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하며 기업공개(IPO) 작업을 공식화했다. 우량기업에 적용되는 패스트트랙을 활용해 내년초 주식 공모가 이뤄질 전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은 현대차 그룹의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지배구조 개편과도 연결돼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2대 주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지분율 11.7%)이 지분을 매각해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비교대상 기업인 현대건설과 GS건설 등 대형건설사들의 주가가 코스피 기업 평균에 비해 현저하게 저평가돼있다는 점이 상장에 악재로 꼽힌다.
기업가치 10조원 가능할까
현대엔지니어링의 예상 기업가치는 평가방법에 따라 6조~10조원대로 편차가 크다. 6조원의 기업가치는 일반적인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의 지표를 사용한 계산법이며, 10조원은 상장 프리미엄이 붙은 장외 주가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주식은 최근 한 주 당 12만원대(액면분할 후)에 거래되고 있다. 시가총액은 9조원대 중반이다.
모회사 현대건설의 시총이 대략 5조5000억~6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현대엔지니어링의 장외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건설은 국내 시공능력평가 2위에 지난해 매출은 9조3201억원, 현대엔지니어링은 시공능력 6위에 매출은 7조1884억원이다.
반면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현대차그룹이 지난 10년간 현대엔지니어링을 성장시켰듯, 상장 이후에도 기업가치를 키워 높은 주가를 정당화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글로벌 화두가 되고 있어 주주를 외면하고는 기업 경영을 이어가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과거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합병설도 있었으나, 투명하고 안전한 거래 방법인 기업공개를 택한 것도 이 때문이란 얘기가 나온다.
2019년 현대오토에버 상장 사례도 기대감을 키운다. 당시 정회장도 보유 지분을 일부 팔았다. 이후 현대오토에버 주가는 계속 올라 공모가 4만8000원의 두 배를 넘어 현재 11만원대에 안착했다.
건설업 저평가 극복 과제
현대엔지니어링이 IPO 흥행에 우선 조건은 증시에서 '건설업 디스카운트'를 극복하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200 기업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24.1,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3 가량이다. PER 20배면 주가를 기준으로 산술적으로 연 5% 수익률이 나온다는 의미다. PER이 낮을수록 수익률은 높다는 뜻이며, 바꿔 말하면 주가가 그만큼 저평가됐다는 것이다. 건설업계를 살펴보면 대우건설은 PER 5.9배, PBR 0.89배에 불과하고 GS건설 역시 PER 10.8배, PBR 0.78배로 낮은 수준이다. 현대건설도 PBR이 0.82배 가량으로 저평가된 상태다.
건설업에 대해 박한 평가는 사업 위험성이 높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2000년대 후반 부동산 개발 거품이 꺼지며 한 차례 홍역을 치렀고, 2010년대엔 해외 플랜트 사업의 대규모 부실로 또 다시 어닝쇼크를 내는 등 시장의 신뢰가 훼손됐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2010년 현대그룹에서 현대차그룹으로 넘어오며 부실 사업장을 솎아낸 덕분에 비교적 안정적 실적을 냈음에도 건설사에 대한 시장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대엔지니어링을 비롯해 상장 주관사로 참여한 미래에셋증권, KB증권, 골드만삭스 등이 어떤 논리를 들고 나올지 주목된다. 증권업계에선 내년 대선 이후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고 주택 건설이 활발해지면서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수소 에너지 프로젝트 진출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다른 방법으로는 친환경 미래사업 진출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전략이 꼽힌다.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차 그룹이 주도하는 수소 경제 프로젝트 인프라 구축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친환경 발전소와 차세대 소형원자로를 건설사업 등에 진출을 선언했고, 폐기물 매립지와 소각장을 운영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수소·전기·탄산염 생산 플랜트 건설에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7일 현대제철·두산중공업·한국중부발전 등과 함께 수소 기반 전력생산 기술 확보를 목표로 수소전소 터빈 발전 실증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발간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서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국내외 환경 변화에 발맞춰 일괄수주공사(EPC) 사업의 변동성을 보완하고 안정적 수익 창출을 위해 환경?에너지 사업을 추진해 글로벌 환경?에너지 전문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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