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부족이 부른 인플레 길어지나…긴 안목으로 투자를

입력 2021-10-08 16:58   수정 2021-10-08 23:39

“인플레이션은 경기가 회복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이라더니….”

이달 초 인플레 우려로 시장이 주저앉자 혼란스러워하는 투자자가 많았다. 이들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제일 야속했다.

Fed는 경기가 회복되는 속도에 맞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과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를 잘 다룰 것처럼 공언해왔다. 하지만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최근 “공급망 병목 현상이 내년까지 계속돼 인플레를 유발할 것”이라고 밝힌 뒤 시장이 급락했다.

공급망 훼손에 따른 인플레는 일시적일 것이란 종전 주장을 바꾼 것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공급망 병목 인플레가 조만간 해소될 것이라던 Fed가 ‘해소될 것이지만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며 “시장은 이에 대해 공급망 병목 인플레가 얼마나 지속될지를 Fed도 잘 모른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공급망 병목 인플레는 글로벌 밸류 체인에서 병목 현상이 생겨 물가를 자극하는 것이다. 석탄을 예로 들어 보자. 어느 나라가 석탄을 채굴해서 선박으로 다른 나라에 수출하면, 석탄을 수입한 나라는 그 석탄으로 전기를 만들어 여러 공장에 공급한다.

채굴, 해상 운송, 발전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 가운데 어느 곳에서 병목 현상이 생기면 차질이 빚어지고 관련된 상품의 가격을 자극한다. 해상 운임이 급등해 수출이 지연되는 게 대표적이다.

펀드매니저 A씨는 “공급망 병목 현상이 트리거(방아쇠)가 돼 원자재 가격을 자극하면서 인플레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마그네슘 가격이 며칠 새 두 배 뛴 게 대표적”이라며 “이렇게 급등한 가격을 기업이 서로 전가하면서 인플레가 더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공급망 병목 인플레의 또 다른 예는 자동차다. 지금 차를 사면 최대 1년을 기다려야 주문한 차를 받을 수 있을 정도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부족해서다.

자동차를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반도체 공급에서 병목 현상이 생겨 차를 생산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일부 완성차 회사의 자동차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A씨는 “경기 회복이 현실화되려면 물건이 팔려야 하는데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물건을 생산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정이 반영돼 현대차 주가는 지난 1일 올 들어 처음으로 20만원이 깨졌다.

공급망 병목 인플레는 경기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경기가 회복되면서 물가가 상승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경기 회복은 지지부진한데 물가만 뛰고 있다.

중앙은행이 가장 중요시하는 목적은 경기 회복이 아니라 물가 안정이다. 그래서 지금처럼 경기 회복 없이 물가만 뛰더라도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다.

A씨는 “시장이 이 점을 잘 알고 있어서 급락세가 나타난 것”이라며 “여기에 다른 악재까지 겹치면서 ‘불안하다’는 사람의 논리가 먹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이 얼마나 이어질까. 일시적이란 의견이 없지 않지만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해 보인다. 심지어 더 악화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주식 투자자로선 그 어느 때보다 머리가 아프다. 공급망 병목 현상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을 부정할 수 없어서다. ‘헷갈릴 때 믿을 수 있는 것은 실적’이라는 생각으로 저평가 밸류에이션 종목에 관심을 갖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최근의 복잡한 상황과 관계없이 계속 좋아질 주식을 찾아야 한다. A씨의 조언은 이렇다. “2차전지를 포함한 친환경 종목은 장기적인 트렌드다. 공급망 병목 인플레나 다른 요인으로 시장이 출렁이더라도 장기 트렌드는 쉽게 깨지지 않는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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