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1192억원에 산 슈퍼컴퓨터 몇년 지나 7900만원 '땡처리'

입력 2021-10-08 20:30   수정 2021-10-08 20:31


기상청이 수백억원의 세금을 들여 구매한 슈퍼컴퓨터를 교체 주기가 됐다는 이유로 '고철 처리'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이 기상청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상청은 2000년 166억원을 들여 도입한 슈퍼컴 1호기를 2006년 120만원에 고철로 팔았다.

2005년에 485억원을 들인 2호기와 2003년 541억을 투자한 3호기의 운명도 다르지 않았다. 이들 장비는 2020년 7월 7800만원에 고철로 처리됐다. 슈퍼컴퓨터 1~3호기 도입에 세금 1192억원이 들어갔지만, 회수된 금액은 7920만원에 불과했다.

특히 슈퍼컴 3호기는 매각 당시에도 100억원 넘는 가치를 가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슈퍼컴퓨터는 사용 연한이 지났어도 여전히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유지비용이 높고 매수자가 없다는 이유로 기상청이 고철 처리한 것이다.

권 의원 측에 따르면 현재 6년이 지나 처분 절차를 기다리는 슈퍼컴퓨터들도 여전히 500위권 내 높은 성능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5년 기상청에 들여와 사용 연한(5년)을 넘겨 처분 절차를 기다리는 슈퍼컴퓨터 4호기 '누리'와 '미리'는 각각 세계 209위, 210위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기상청은 여전히 이들 슈퍼컴에 대한 구체적 처분 계획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이전처럼 헐값에 '고철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권 의원 측의 지적이다. 권 의원은 "해외 사례를 보면 조달·구매 단계에서 수거 조항을 삽입해 연구기관용으로 재사용되거나 외교용으로 저개발 국가에 기부되고 있다"며 "혈세로 큰돈을 들여 비싼 장비를 산 만큼 우리도 퇴역 슈퍼컴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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