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초록뱀미디어는 국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재무적 투자자(FI)와 국내 유통업체 등 전략적 투자자(SI)를 대상으로 신규 투자자 확보에 들어갔다. 현재 회사의 최대주주는 지분 25.83%를 보유한 초록뱀컴퍼니다.
투자 유치 방식은 최대주주가 보유한 지분을 넘지 않는 10~20%가량의 새 주식을 발행하는 유상증자다. 한 투자자가 이를 모두 가져가면 2대 주주가 된다. 코스닥 상장사인 초록뱀미디어의 시가총액(지난 8일 기준 4452억원)을 고려하면 700억~900억원의 투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드라마 외주 제작사인 초록뱀미디어는 올 상반기 매출 644억원, 영업이익 38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후 반기 기준 최대 성적을 올렸다. 대표작인 ‘펜트하우스’를 포함해 ‘결혼작사 이혼작곡’ 등 제작 드라마가 인기를 끈 덕분이다.
초록뱀미디어는 외주 제작에서 지식재산권(IP) 보유로 사업 모델 전환을 꾀하고 있다. 외주 제작은 드라마 제작비 대부분을 방송사가 대고, 저작권도 방송사가 보유한다. 초기 투자비는 적지만 드라마가 성공해도 제작사에 떨어지는 몫이 크지 않다. 반면 IP 보유 모델은 제작비 전액을 제작사가 투자하고 판권 판매 등 수익을 대부분 제작사가 갖는다. 이번 투자금 유치도 사업 전환을 위한 ‘실탄 마련’ 용도로 해석된다. 다만 회사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소형 드라마 제작사가 IP 보유 회사로 도약하려면 모든 제작비를 투자할 수 있을 만큼의 풍부한 자본력이 필요하다”며 “그간 중소 제작사들이 외주 제작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 자본력의 한계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오징어 게임’ ‘D.P.’ 등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 제작사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의 자금 조달 행보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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