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파생상품 거래대금이 5000조원을 넘어섰다. 고위험을 감수하면서 큰 수익을 얻고자 하는 투기적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파생상품 거래금액은 4조3076억달러(약 5144조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3조7510억달러)보다 14.8% 증가했고, 2019년(2조4427억달러)과 비교하면 76.4% 급증했다. 나스닥100지수 선물 등 해외파생상품은 최대 수십 배의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고, 단타 거래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기초자산의 변동성까지 더해지면 거래대금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글로벌 증시가 조정을 받고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지난달에는 개미들의 ‘베팅’ 규모가 더 커졌다. 9월 한 달간 국내 5개 증권사(KB 대신 메리츠 신한 키움)를 통한 해외파생상품 거래대금은 452조4194억원을 기록했다. 8월보다 11.8% 늘었다.
전문가들은 선물·옵션 투자로 단기간에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는 만큼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작년까지 개인투자자는 해외파생상품 투자에서 큰 손실을 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투자자는 해외파생상품 투자에서 9126억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2019년 손실 규모(4159억원)보다 119.4% 급증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거래대금이 증가하며 손실 규모도 더 커진 것으로 금융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파생상품에 투자할 때는 상품 가격 변동과 환율 변동 위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해외파생상품은 손익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특정 정보에만 의존한 ‘묻지마식 투자’는 큰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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