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도 노조 있는데…스벅 직원들은 왜 민노총에 선그었나

입력 2021-10-10 22:49   수정 2021-10-12 07:02


과다한 업무에 불만을 표하며 지난 7~8일 창립 22년 만에 처음으로 초유의 ‘트럭 시위’에 나섰던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매장 파트너(직원)들이 노동조합 결성을 지원하겠다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선을 그었다.

업계에 따르면 트럭 시위 주최측은 앞선 5일 민주노총이 ‘스타벅스 노동자에겐 노동조합이 필요하다’ 제목의 논평을 내자 직장인 익명 어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에 글을 올려 “민주노총은 트럭 시위와 교섭을 시도하지 말라”며 “트럭 시위는 당신들이 필요하지 않다. 변질시키지 말라”고 강조했다.

트럭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글쓴이 ‘2021 스타벅스코리아 트럭 시위 총대 총괄’은 특히 “트럭 시위는 노조가 아니다”라면서 “우리 스타벅스코리아는 노조 없이도 22년간 식음료 업계를 이끌며 파트너들에게 애사심과 자긍심을 심어준 기업”이라고 부연했다.

민주노총이 “트럭 시위에 이어 노조를 결성할 것을 권한다. 트럭 시위로는 교섭을 할 수 없지만 노조는 조직적으로 교섭할 수 있다”며 “노조를 결성해야 요구사항을 해결할 수 있다. 스타벅스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겠다면 민주노총은 언제든지 달려가서 지원하겠다”고 언급한 데 대한 거부 액션이었다.


‘징후적 사건’이란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카카오·넥슨 등 전통적 노조 조직이 없었던 정보기술(IT) 기업들에도 최근 몇 년새 잇따라 노조가 설립됐다. 무노조 경영의 대명사였던 삼성전자마저 올해 창사 이래 첫 노사 간 단체협약 체결에 이어 임금교섭에 돌입했다. 이런 추세에도 스타벅스 직원들은 손 내민 민주노총에 “(노조는) 필요 없다”고 잘라 말한 것이다.

트럭 시위를 촉발한 환경 자체는 2000년대 중반 대학 청소노동자들 상황과 상당히 유사하다. 스타벅스 직원들이 지적한 업무 과중, 저임금, 열악한 휴게공간 문제는 당시 대학 청소노동자들도 문제 제기했었다. 결국 이들은 민주노총 산하 노조로 조직된 반면 스타벅스 직원들은 달랐다.

이번 스타벅스 직원들의 대응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를 밝히는 도화선 역할을 했던 2016년 이화여대 학생들 시위와 닮았다는 분석. ‘외부 세력’ 개입을 방지해 순수성을 강조하는 양상, 노조나 학생회 같은 전통적 집단행동 주체를 배제하고 다른 방식으로 시위를 벌이는 모습 등이 그렇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벅스 직원들은 노조 등 기존 집단행동 방식에 거부감을 느끼는 젊은층이 많은 편인 데다, 삼성전자·네이버 같은 곳에 비해 고객과의 일상적 접촉이 잦은 ‘이미지’가 중요한 기업의 특성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며 “앞으로 조직화된 노조보다는 이번처럼 필요할 때 모금해 트럭 시위를 벌이는 등의 방식이 확산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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