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게는 지구 생태계의 파괴가 가속되고 좁게는 우리 사회의 규범이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외계 탐사의 진척은 찌든 마음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이다. 그것은 인류 문명이 ‘마지막 변경’ 너머로 뻗어 나간다는 사실을 일깨워줘 세상을 보다 균형 잡힌 눈길로 살피도록 한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우리 시민들에겐 자잘한 이해타산을 넘어 앞날을 살펴서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는 단순하지만 따르기가 쉽지 않은 진리를 새기도록 만든다.
여기서 깊은 뜻을 지닌 것은 우주 탐사를 민간 기업이 주도한다는 사실이다. 기업들이 산업을 주도하면 혁신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산업이 안정적으로 발전한다. 이 일에서 주도적인 기업가는 머스크다. 그는 발사체의 상당 부분을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원가를 낮춰 기술 발전과 수요 창출에 크게 기여했다.
현실적으로, 발사체 시장은 그리 크지 않다. 수요는 주로 인공위성 발사와 우주정거장에 대한 보급에서 나온다. 머스크는 인공위성 수천 개로 이뤄진 망을 건설함으로써, 발사체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고 유망한 인공위성 분야에서 주도적 지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을 추구하는 듯하다. 혁신적 기업가다운 발상이다.
정작 궁금한 것은 그가 근래엔 하지 않은 얘기다. 그는 화성에 몇 십만 이주민의 정착지를 세운다고 공언해 왔다. 그것은 현실적 계획이라기보다 지향할 꿈이었다. 이제는 그도 깨달은 것일까, 그것이 가까운 미래엔 이루기 어려운 꿈이라는 것을?
외계 탐사의 다음 목표는 화성이다. 그러나 방사능과 무중력 상태가 제기하는 위험은 무척 크다. 방사능은 그나마 발전된 기술로 막아낼 수 있지만, 무중력은 대처할 길이 없다. 뼈가 녹고, 체액의 재배치로 여린 기관들이 손상되고, 뇌가 뒤틀리고, 심장 근육이 약화된다. 다시 지구 중력 속으로 들어오면 몸이 정상화되는데, 그 과정이 쉬울 리 없고 제대로 회복되지도 않는다.
화성에 정착하면, 약한 중력이 문제가 된다. 화성의 중력은 지구 중력의 37.7%다. 지구 중력 속에서 진화한 생명체들이 약한 화성의 중력 속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에 외계 탐사의 향방이 달렸다.
만일 인체가 약한 중력에 적응할 수 있다면, 외계 정착은 큰 운동량을 얻을 것이다. 다음 정착지로는 목성의 위성 개니미드가 떠오른다. 태양계의 가장 큰 위성인 개니미드는 지구보다 많은 물을 지녔고, 자장 덕분에 방사선의 위험이 낮고 대기를 유지할 수 있다.
만일 인체가 약한 중력에 적응할 수 없다면, 금성이 유망해진다. 금성의 중력은 지구 중력의 90.7%다. 지구로부터의 거리는 화성의 절반이다. 여러 조건이 지구와 비슷해서 지구의 ‘자매 행성’이라 불린다.
그러나 금성은 대기층이 아주 두꺼워서 지구 기압의 90배를 넘는다. 대기 대부분이 탄산가스인지라, 표면 온도는 460도가 넘는다. 대기를 지구 대기와 같게 만드는 일은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대기를 변환시킨 뒤엔, 그 대기를 붙잡아둘 자장을 마련해야 한다. 자장은 행성 중심부의 발전기(dynamo)가 만드는데, 금성의 발전기는 오래전에 멈춘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금성을 인류가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지구화 작업(terraforming)은 멈춘 발전기를 되살리는 작업을 포함한다.
이처럼 거대한 작업은 물론 인류 문명이 크게 발전한 뒤에야 가능하다. 그리고 긴 시간이 걸린다. 대기를 새로 만들고 발전기를 다시 돌리려면, 줄잡아도 몇 백만 년은 걸릴 것이다. 외계 정착은 그렇게 어렵고 더디다. 그래도 인류와 지구 생태계의 확산을 막을 만한 장애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인류는 그 일에 꼭 필요한 요소인 인공지능(AI)을 이미 발명했다. 무인탐사가 활발한 화성의 모습이 그 점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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