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에너지 대란에…성장률 전망 뚝

입력 2021-10-11 17:01   수정 2021-10-1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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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들이 일제히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공급망 병목 현상이 해결되지 않는 데다 에너지 가격까지 급등하면서다.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던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10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올해 연간 미 성장률 전망치를 5.7%에서 5.6%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도 4.4%에서 4.0%로 0.4%포인트 낮췄다.

코로나19 유행이 예상보다 길어져 미 소비 지출이 빠르게 회복되지 못했다고 골드만삭스는 지적했다. 자동차 공장들을 멈춰 세운 반도체 공급난도 내년 상반기까지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8.2%에서 7.8%로 하향 조정했다. 석탄 부족으로 극심한 전력난을 겪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양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 경제가 모두 예상보다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북유럽 최대 은행인 스웨덴의 노르디아은행도 내년 미 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1.5%로 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경제 회복 분위기의 발목을 잡은 것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다. 원유 가격은 올해만 64% 상승해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천연가스 가격은 6개월간 두 배로 뛰었다. 에너지 가격이 올라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 미 경제 회복 속도도 둔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영국 경제연구소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캐시 보스트얀치치 이코노미스트는 “가격 상승은 소비자들에겐 세금과 같다”며 “성장세가 둔화하고 물가가 크게 오를 것”이라고 했다.

최악의 경우 내년 유가와 가스 가격이 40% 오를 것이라고 노르디아은행은 내다봤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미국과 세계 경제는 내년 중반 나란히 침체에 빠질 위험이 크다. 하지만 공급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초 허리케인이 멕시코만을 강타하면서 이 지역에 밀집한 원유와 천연가스 시설이 문을 닫았다. 유럽에선 올가을 바람이 불지 않아 풍력 발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성장 둔화는 확인되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와 파이낸셜타임스(FT)가 공동 개발한 TIGER 지수 분석 결과 올 10월 기준 미국과 중국의 성장 그래프는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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