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의 ‘턱걸이 과반’으로 끝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의 후폭풍이 이낙연 전 대표 측과 당 지도부의 갈등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전 대표 측은 경선 결과에 반발해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이의를 공식 제기했다. 이에 대해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우리 당 후보는 이재명”이라고 쐐기를 박으면서 내부 갈등이 커지는 모습이다. 사태가 심각해지면 이 후보의 본선 가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득표율 논란이 나온 건 해당 특별당규를 둘러싼 해석 차이 때문이다. 당 선관위는 중도사퇴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김두관 의원의 득표를 무효표로 처리해 이 후보가 과반인 50.29%를 득표했다고 봤다. 하지만 이낙연 캠프는 무효 처리를 사퇴 이전 득표에까지 적용할 수는 없다며 제대로 계산하면 이 후보의 득표율이 과반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낙연 캠프는 이날 당 선관위에 ‘특별당규 59조 유권해석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같은 시간 이 전 대표의 지지자들은 민주당사 앞에 모여 “사사오입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결선 투표를 요구했다. 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홍영표 의원은 “민주당 원팀을 만들려면 결선 투표가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겠다”며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는 당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도사퇴 후보자들은 당의 유권해석에 무게를 실으며 이 후보 측을 우회 지원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이 후보에게 축하를, 다른 후보들에게는 격려와 깊은 위로를 보낸다”며 “원칙을 지키는 일이 승리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도 “혼란이 길어질수록 우리 당의 대선 경쟁력은 떨어질 것”이라며 “이 전 대표의 대승적 결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 후보는 대전현충원을 참배하고 질병관리청을 방문하는 등 민주당 대선후보로서의 첫 번째 행보를 시작했다. 이 후보는 이 전 대표 측 반발에 대해 “상식과 원칙, 그리고 당헌·당규에 따라 당에서 잘 처리할 걸로 믿는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 후보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문제로 중도 낙마할 가능성을 고려해 이 전 대표 측이 당분간 ‘모호한 태도’를 취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대신 한 걸음 물러나 대장동 사태 상황을 관망할 것이란 얘기다. 2012년 민주당 경선 모습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시 문재인 후보가 선출되는 과정에서 손학규, 정세균, 김두관 후보 등이 모바일투표 방식을 문제삼아 경선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후 경선이 재개됐지만 후보들이 선거운동에 적극 동참하지 않는 등 계파 갈등이 대선 당일까지 봉합되지 못했다.
이 후보는 이날 지도부와의 간담회 발언에서 “제가 1번 공격수 역할을 맡게 됐지만 우린 하나의 팀원이고 팀 자체가 승리할 수 있도록 각자가 정해진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하는 당의 일원”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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