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 '파격 대출' 내놓더니…1주일 만에 위기 닥쳤다

입력 2021-10-12 09:20   수정 2021-10-12 10:40


국내 세번째 인터넷은행으로 출범한 토스뱅크가 영업을 개시한 지 1주일 만에 대출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막히자 토스뱅크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몰린 영향으로, 연 2% 예·적금 통장 운영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12일 토스뱅크에 따르면 지난 8일 신용대출 잔액은 약 3000억원이었다. 금융당국이 올해 말까지 요구한 신용대출 총액 한도(5000억원)의 약 60%를 소진한 것이다. 금융당국의 대출 조이기에 기존 은행들이 대출을 중단하거나 대폭 줄이면서, 대출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이 토스뱅크로 대거 몰린 영향이다.

토스뱅크는 고객들의 사전 신청을 받은 뒤, 신청 순서대로 신규 입출금 계좌를 열 수 있도록 했다. 전날까지 사전신청 인원은 총 160만명으로, 이 중 계좌를 만든 고객은 45만명이다. 앞으로 계좌를 열 고객이 2배 이상 남았음에도 대출 한도가 절반 이상 소진된 셈이다.

토스뱅크의 파격적인 대출 조건을 내놓은 영향이다. 토스뱅크는 최저 대출금리 연 2.7%, 마이너스통장 한도 1억5000만원을 앞세우고 있다. 다른 은행들은 가계대출의 문턱을 대거 높였다. 시중 은행들은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원으로 축소했고, 카카오뱅크는 올해 말까지 전·월세 보증금 대출과 고신용자에 대한 신규 신용대출을 중단했다.

당초 토스뱅크는 이같은 대출 쏠림을 우려해 선착순 제도를 운영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전체 신청자를 대상으로 영업을 개시할 정도의 준비를 완료했지만,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받으면서 대출이 빠르게 소진될 가능성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선착순 제도를 운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연 2% 수시입출금 통장 발급도 중단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대출 수익이 2% 수시입출금 통장의 재원으로 흡수되는 구조인 만큼, 대출이 중단되면 재원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잇따를 수 밖에 없어서다. 토스뱅크의 올해 가계대출 중 중금리 대출 목표 비중은 34.9%다. 올해 대출한도(5000억원) 대비로는 1745억원 정도다. 영업 개시 이후 토스뱅크 대출의 25% 정도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개인 신용점수 820점 이하인 중·저신용자였다.

토스뱅크는 금융당국에 대출 총량을 제한 받더라도 중금리 대출 규모만이라도 총량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연일 가계부채 조이기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상된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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