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쓸어담았다가 제대로 물렸다"…개미들 '패닉'

입력 2021-10-12 11:16   수정 2021-10-12 11:56


한국 증시 시가총액 1·2위 종목인 삼성전자 주가가 코스피지수가 2700 턱밑이던 12월 초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SK하이닉스는 2500선 중반이던 때로 회귀했다.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에 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매도했기 때문이다. 최근 조정장 속에서 두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

12일 오전 10시59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2100원(2.94%) 내린 6만9400원에, SK하이닉스는 2600원(2.77%) 빠진 9만1400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장중 7만원 아래에서 거래된 건 작년 12월3일(6만9300원) 이후 10개월여만이다. SK하이닉스는 작년 11월16일(9만110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작년 12월3일는 올해 6월까지 7개월동안의 코스피 랠리가 시작된지 한달여가 지난 시점으로 당시 코스피지수는 2696.22였다. 장기 랠리의 초입이던 작년 11월16일 코스피는 2545.03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현재 코스피 지수는 2914.22로, 코스피 지수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더 크게 빠진 셈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가 고조된 영향이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수요가 다했다는 분석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를 찍어 누르기 시작했다. 특히 경제활동의 상당수가 비대면으로 이뤄지면서 작년부터 올해까지 정보기술(IT) 기기 구매가 늘었고, 향후 몇 년 간은 수요가 부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지난 8월부터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왔다. 글로벌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8월12일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이라는 제목의 반도체 산업보고서를 냈을 무렵부터 두 회사 주가는 급락세를 탔다.

모건스탠리, CLSA 등 글로벌 IB가 반도체 업황에 대한 시각을 부정적으로 바꾼 8월에도 긍정적 시각을 유지하던 골드만삭스도 지난 8일 “올해 견해가 틀렸음을 인정한다”며 반도체 업황 부정론에 합류했다.

골드만삭스는 “PC용 메모리반도체 주문량 감소와 공급망 문제에 따른 모바일·서버용 부문 악화로 가격 부진이 전망된다”며 “현물 가격이 뚜렷한 반등 징후 없이 하락하고, 고객사 재고도 증가하고 있어 내년 2분기까지 반도체 수요의 단기 조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국 증시의 조정장 속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는 점이다. 이달 들어 지난 8일까지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7200억원 어치와 1662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이 기간 개인 매수 규모 1위와 3위다. 2위는 1825억원 어치를 순매수한 삼성전자 우선주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5178억원 어치, 삼성전자 우선주를 1888억원 어치, SK하이닉스를 1062억원 어치를 팔았다. 기관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2055억원 어치와 812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국내 증권가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날 삼성전자에 대해 “메모리 가격 하락 이후 공급자들의 공급 기조의 보수적 전환을 확인하기까지는 트레이딩 관점으로 접근하는 게 보다 타당하다”며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트레이딩 바이(시장가 매매)’로, 목표주가를 기존 10만원에서, 8만2000원으로 내렸다.

특히 삼성전자가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액 70조원을 넘긴 호실적을 지난 8일 발표했지만, 이날 개장 전 이베스트투자증권, KB증권, 유진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이 목표가를 내렸다.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지난달에 들어선 뒤 DB금융투자, IBK투자증권, 키움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KTB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케이프투자증권, 상상인증권 등이 목표주가를 내렸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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