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영업 어려워지자…저축은행, 예금금리 속속 인하

입력 2021-10-12 17:50   수정 2021-10-13 01:36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지속되자 그동안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저축은행 수신금리가 속속 떨어지고 있다. 대형 저축은행이 정기예금 금리를 내리고 있고, 중소형 저축은행도 이 같은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가 변수가 될 수 있지만 공격적인 대출 영업이 막힌 상태에서 이미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수신금리를 끌어올린 저축은행들이 더 이상 금리를 높일 여력은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은 최근 OK안심정기예금(연 2.6%→연 2.4%)과 OK정기예금(연 2.5%→연 2.3%) 금리를 각각 0.2%포인트 인하했다. SBI저축은행도 지난달 초 연 2.2%에서 연 2.5%로 0.3%포인트 높인 정기예금 금리를 최근 원래 수준인 연 2.2%로 재조정했다. 우리금융저축은행 수신금리도 0.2%포인트 낮아졌다.

저축은행들은 올 하반기 들어 중금리 대출 공급을 위한 실탄 확보 차원에서 수신금리를 바짝 올려 수신액을 채웠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6월 연 1.6~1.8%대를 오르내리던 저축은행 평균 예금금리(1년 만기 기준)는 8월 연 2.11%로 오르더니 이날 현재 연 2.25%로 상승했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 대출을 죈 데 따른 풍선효과를 예상하고 대출수요 증가에 대비해 수신 경쟁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최근 저축은행에도 강하게 대출규제 압박을 가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 79곳 중 17곳이 6월 말 기준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전년 대비 21.1% 이내)를 이미 넘겼다. 15%를 넘긴 곳도 4곳이다. 저축은행들이 신규 대출을 자제하거나 대출 심사 문턱을 높이는 쪽으로 여신 영업 관리에 들어간 만큼 수신금리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를 높여 수신 잔액이 늘어났는데 대출을 내주지 못한다면 예대마진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들이 그동안 높은 수신금리를 유지한 배경에는 공모주 청약 환불금 유치를 위한 경쟁도 한몫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 등 ‘대어(大魚)’들의 기업공개(IPO) 절차가 종료된 만큼 이 같은 유인도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공모주 환불금 유치를 겨냥해 출시한 OK저축은행의 요구불예금 상품인 ‘OK파킹대박통장’ 금리가 지난달 0.2%포인트 떨어지기도 했다.

일각에선 한국은행이 이르면 다음달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경우 저축은행 예금금리가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이 저축은행 수신금리 오름세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현재 저축은행의 평균 정기예금 금리(연 2.25%)는 기준금리가 연 0.75%였던 지난해 3월(연 1.92%)과 기준금리가 연 1.25%였던 지난해 1월(연 2.12%)을 이미 뛰어넘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통상 연말연시에 만기가 돌아오는 저축상품이 많은 만큼 이 시기에 맞춰 저축은행 수신금리가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새로운 자금을 유치하고 고객에게 만기 자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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