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장년층 눈에는 ‘도긴개긴’일 수 있다. 세대 구분이 첨예한 이해충돌을 몰고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세대 간 현격한 가치관 차이가 사회적 갈등의 원인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간단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청년실업, 공정 담론 등이 이미 ‘세대전쟁’을 예고한 한국이다.
세대 구분에 특별한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 사회학자 카를 만하임(1893~1947)이 학문적으로 체계화한 이후, ‘전통세대 대 베이비붐세대’ 구분에 영향을 미쳤다. 이후로는 경영학자, 마케팅 전문가들의 관심 영역이었다. 지금은 잊혀진 ‘P세대’(2003년), ‘WINE세대’(2004년) 등도 제일기획 작품이었다.
캐나다 작가 소설에서 처음 등장한 X세대는 이런 점에선 남다르다. 국내에선 6·25 세대, 4·19 세대, 유신 세대, IMF 세대, 또는 산업화 세대, 민주화 세대, 586 세대, 88만원 세대 등의 분류가 지금도 의미 있지만, 글로벌 공통으론 X·Y·Z세대로 이어진다. 연령대와 문화·행태적 특성의 동질성이 기준이다. 가장 젊은 Z세대는 디지털 원주민, 유튜브, 스마트 소비자 등으로 특징지어진다. 집단보다 개인, 가족보다 SNS 친구, 평등보다 공정에 더 가치를 둔다. 그런 Z세대가 정치성 강한 586세대의 자녀들이란 점이 참 공교롭다.
Z세대 다음은 뭘까. 이미 호주 사회학자 마크 메크린들이 2010년 이후 태생을 그리스 알파벳을 붙여 ‘알파세대’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랄 때부터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AI 스피커와 대화하며, 생체인식으로 디지털 기기에 접근하는 데 익숙하다. 사람이나 반려동물보다 기계와의 소통을 편하게 느껴 사회성은 약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부모를 밀레니얼세대로 둬 어린 나이에도 소비력이 뛰어나다.
장강(長江)의 앞 물결을 밀어내는 뒷물결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세대의 특성은 곰곰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미래 세상의 모습이 이미 그들의 DNA에 아로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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