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과정에선 인수합병(M&A) 대상인 미국 호텔 15개의 권원보험(부동산 물권 취득과 관련해 발생하는 손해를 보전해 주는 보험) 계약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피터앤김이 안방보험에 90여 건의 부동산 관련 소송이 제기됐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안방보험은 이런 사실을 호텔 매수자인 미래에셋에 전혀 고지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피터앤김은 “매매 대상 호텔들에 별건 소송이 다수 제기된 점은 심각한 장애 사유이며, 이는 매매계약상 ‘주요 사실 고지 의무’ 위반”이라고 변론했다.
이와 함께 피터앤김은 e디스커버리 제도(상호 증거조사절차)를 통해 안방보험이 제출하지 않고 숨긴 자료가 많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에 “안방보험이 고의로 해당 사실을 숨긴 채 거래를 진행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결과 사건을 진행한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은 피터앤김이 대리한 미래에셋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인 안방보험의 청구는 전부 기각했다. 미래에셋이 반소로 청구한 계약금 5억8000만달러(약 7000억원) 반환을 전부 인용했다. 이와 함께 미래에셋이 이 소송을 위해 지출한 변호사 비용 등 소송 비용과 미래에셋이 호텔 매매계약을 맺을 때 자문한 미국 로펌 그린버그트라우리그 등에 지급한 자문료 전액까지 지급하라는 판결도 내렸다.
‘론스타 사건’은 론스타가 2012년 11월 한국 정부에 ISD를 제기해 46억8000달러(약 5조148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2003년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해당 지분을 2007~2008년 HSBC에 매각하려다 실패했다. 이후 2012년 1월 하나금융지주에 지분을 팔았다. 이에 대해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HSBC와 하나금융에 대한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부당하게 지연시켰다”며 “한국 정부가 차별적이고 자의적으로 세금을 부과했다”고 주장했다.
김갑유 변호사가 이끄는 대리인단은 “당시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 정당하게 일정을 연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과세 논란에 대해선 “론스타가 내세우는 벨기에 법인은 면세 혜택을 받기 위해 설립된 페이퍼컴퍼니”라고 주장했다. 론스타 ISD는 지난해 신규 의장중재인 선임과 중재판정부의 구두질의를 거쳐 절차종료 선언·최종 판정만을 남겨둔 상황이다. 최종 판정은 이르면 연내 나올 전망이다.
지난 7월엔 인천 ‘에잇시티(8city)’ 사업과 관련해 주식회사 에잇시티와 인천경제청 간 소송에서 인천경제청을 대리해 이겼다. 에잇시티 사업은 2006년 인천 영종국제도시 용유·무의도 지역에 숫자 ‘8’ 모양의 인공 관광레저 도시를 건설하는 내용으로 추진됐다. 총면적 79.9㎢에 사업비 약 317조원이 투입돼 ‘단군 이래 최대 프로젝트’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이 무산됐고, 개발사업 시행 예정자인 주식회사에잇시티가 ICC에 276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 과정에서 피터앤김은 인천경제청을 대리해 “인천경제청의 기본협약 해지는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피터앤김은 에잇시티 측이 자본금 현물출자 부속서류를 내지 않았고, 애초에 예정됐던 대로 4000만달러 규모의 출자금을 충족하지 못한 점을 내세웠다. ICC는 피터앤김의 논리를 받아들였고, 에잇시티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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