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초·중·고교 학생이 3명 중 2명 꼴로 사용하는 앱이 있다. '콴다'라는 앱이다. 이 앱은 수학 문제를 사진으로 찍어서 올리면 평균 3초 안에 문제 풀이를 제시해준다. 약 28억 개의 문제 데이터가 쌓여 있어 답이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다. 나아가 모르는 문제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라는 취지에서 질문한 것과 비슷한 문제를 추천해주고 관련 분야의 강의, 개념서도 제공한다. 문제 풀이를 봐도 모르겠으면 '콴다 선생님'에게 1대 1로 질문할 수도 있다.
집안 형편 때문에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학생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웬만한 과외 선생님 뺨치는 교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콴다가 "교육 격차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해외에서도 인기다. 콴다는 해외 50여 개 국가에서 서비스 중이다.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선 앱스토어 교육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올 9월말 기준 전세계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200만 명에 이르며 누적 앱 다운로드 수는 4200만 건이다. 회사가 지금까지 받은 누적 투자액은 1200억 원에 이른다.
콴다는 2015년 창업한 매스프레소라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이 만들었다. 매스프레소가 6년이란 짧은 시간 안에 성공을 거둔 비결은 "문제 사진만 촬영하면 풀이를 해준다"는 아이디어의 참신함이 첫째로 꼽힌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한 기술력도 성공의 주요 요소로 꼽힌다.
사진을 독해해 문제 풀이를 해주는 데는 광학문자인식(OCR)이란 AI 기술이 필요하다. 사진에 있는 문자 등을 디지털화된 전기 신호로 바꿔주는 기술이다. 수학 문제는 문자뿐 아니라 수식, 도형, 그래프도 들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OCR보다 기술적 요구 수준이 높다. 매스프레소는 창업 초기부터 OCR 고도화에 연구개발(R&D) 투자를 집중했다. 처음엔 구글이 제공하는 OCR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사용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수학 문제에 특화된 OCR로 내재화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은 낙서나 사진 그림자 등 왜곡이 있는 데이터도 독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기술이 올라왔다.
다음으로 AI 검색 엔진 기술이 있다. 콴다는 처음엔 앱 안에서 활동하는 콴다 선생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학생이 질문을 하면 콴다 선생님들이 문제를 풀어 학생에게 제시해주는 식이다. 하지만 문제 풀이가 어느 정도 쌓이자 축적된 데이터베이스에서 답을 찾아 제공하는 게 가능해졌다. 매스프레소는 AI로 적합한 문제 풀이를 검색하는 기술을 개발해 2017년 출시했다. AI가 답변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도 점차 짧아져 지금은 평균 3초면 찾는다. 이후 콴다 선생님은 문제 풀이 과정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1 대 1 질문 서비스에 집중하게 됐다.
2018년엔 학생이 수식을 직접 입력하면 단계별 풀이를 제공하는 '수식 계산기'도 개발, 도입했다. 이로 인해 문제집에 없는 문제도 물어보고 답을 구할 수 있게 됐다. 수식 계산기에서의 문제 풀이는 매스프레소가 훈련시킨 AI가 수행한다. 올 3월엔 유료 구독 서비스인 '콴다 프리미엄'을 내놨다. 질문한 문제에 명문대 선생님의 '동영상' 풀이를 무제한 스트리밍해주는 서비스다.
유병우 매스프레소 AI랩장은 "보다 복잡한 형태의 문제도 답할 수 있게 OCR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며 "자연어처리 AI를 통해 문자로 하는 질문에 대해서도 답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콴다 이용자들끼리 공부 잘하는 법, 입시 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게 커뮤니티 기능을 연내 추가할 예정이다.
콴다는 콴다 프리미엄과 1 대 1 질문 등을 제외한 대부분 서비스가 무료다. 사진을 찍어 풀이 검색하는 기본 서비스는 무료로 무제한 이용 가능하다. 1 대 1 질문도 출석일 기준 5일에 하나씩 무료 질문을 지급한다. 이렇게 서비스의 접근성을 강조한 배경엔 이종흔, 이용재 공동대표의 경험과 철학이 있다. 인천 출신의 두 대표는 대학 시절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과외를 하면서 인천과 강남 대치동 간 현격한 교육 격차를 몸으로 느꼈다. "사회경제적 배경에 관계 없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목표에서 만든 것이 콴다다.
이종흔 대표는 "전세계에 있는 모든 교육 콘텐츠를 연결해 교육업계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세계적인 개인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면서 "아무리 서비스가 확대돼도 교육 격차 해소에 기여하겠다는 철학은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준 IT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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