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금 수조원 남아도는데…지방교육청에 예산 더 주자는 교육부

입력 2021-10-13 17:01   수정 2021-10-14 01:01


교육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의 내국세 연동 비율을 높이는 내용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이 비율을 높이면 각 교육청에 내려가는 교육교부금은 그에 비례해 늘어난다. 재정 전문가들이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교육교부금의 내국세 연동구조를 손질해야 한다고 비판하는 가운데 교육부가 이에 역행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어서 논란이다. 교육교부금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기획재정부와의 갈등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교육교부금 증액 꾀하는 교육부

정부와 민주당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교육교부금의 내국세 연동 비율을 기존 20.79%에서 2022년 20.94%, 2023년 21.02%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민주당 의원 명의로 발의하기 위해 막판 조율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교부금은 17개 시·도교육청 예산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재원이다.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내국세의 20.79%를 자동으로 배정받도록 연동돼 있다. 경제 성장으로 세수가 늘면 교육교부금도 자동으로 증가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교육교부금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해 2022년도 예산안에는 64조3000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5년 전인 2017년에는 44조7000억원이었다.
“연동률 안 높여도 교부금 계속 증가”
교육부는 교육교부금 증액을 요구하는 이유로 정부가 추진하는 2단계 재정분권 조치를 들고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부가가치세 중 지방소비세율은 현행 21%에서 내년 23.7%, 2023년 25.3%로 높아진다. 부가가치세 중 지방소비세 비중이 커지면 그만큼 내국세가 줄어든다. 내국세 감소는 교부금 축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교육교부금 연동률을 높여 이를 보전해달라는 논리다.

교육부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고교학점제 등 미래교육 수요가 늘고 있고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교육회복 투자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며 “교육 재정수요는 학생 수에 비례해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문제는 부가가치세 개편으로 교육교부금이 일부 줄더라도 경기 회복에 따른 세수 호조로 늘어나는 교육교부금의 규모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내년 부가세 중 지방소비세율이 23.7%로 높아지면 교육교부금은 5404억원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내년 내국세 세입 호조가 예상되면서 국회에 제출된 2022년도 예산안에는 64조3000억원 규모의 교육교부금이 반영됐다. 올해 본예산(52조2000억원) 대비로는 12조1000억원, 2차 추가경정예산안(59조6000억원) 대비로는 4조7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내국세가 계속 늘어나는데 교부금의 내국세 연동 비율까지 높이면 교육청이 넘치는 재원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며 “현재도 각 시·도교육청이 남아도는 교부금을 지방교육재정안정화 기금 등에 수조원을 쌓아두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국세 연동 비율 상향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기재부·교육부 갈등 불거지나
법안 추진 과정에서 기재부와 감사원, 국회 예산정책처 등과의 갈등도 예상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정 논의 때는 오히려 현재 교육교부금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공동사업비 모델 등 교육교부금을 고등교육에 활용하는 방안을 더 논의하기로 했었다”며 “교육교부금 제도 개선 없이 내국세 연동 비율 상향만 주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교육교부금 교부율 조정이 필요하다고 누차 문제제기를 했다”며 “교육교부금이 합리적으로 개편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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