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 논란만 해도 그렇다. 녹취록에는 천화동인 1호 대주주인 김씨가 배당받은 1208억원에 대해 “절반은 그분 소유”라고 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가 “사업자 간 갈등이 번지지 못하게 하려고 말했다”고 번복했다. 논란이 일자 변호인이 나서 김씨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다시 바꿨다. 김씨는 대법원 출입기록엔 ‘권순일 대법관 방문’이라고 써놓고 “구내 이발소에 갔다”고 둘러댔다. 그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더 이상 믿기 어려울 지경이다.
또 다른 핵심 당사자인 남욱 변호사가 “저희끼리는 형, 동생 하는 사이”라고 한 것을 보면 ‘그분’은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보다 ‘윗선’일 가능성이 크다. 김씨가 유 전 본부장보다 다섯 살 위인 것만 봐도 그렇다. ‘그분’이 ‘대장동 게이트’의 몸통인 셈이고, 진실 규명의 요체라고 할 수 있다.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수익금 25%인 70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녹취록 내용의 진실을 가려내는 것도 중요하다. 유 전 본부장은 “농담으로 한 말”이라고 했다. 그런 거액 수수를 농담이라고 믿을 사람이 대체 얼마나 있겠나. 남 변호사도 “김씨가 유 전 본부장 지분이 700억원이라고 얘기했다”고 한 점에서 더욱 그렇다. 재판 거래 의혹,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실무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간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뺀 이유, 이 과정에서 인허가권자인 성남시 책임은 무엇인지 등 수사로 밝혀내야 할 굵직한 의혹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침묵하던 문재인 대통령은 그제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그간 검·경이 보여준 수사행태는 영 미덥지 못하다. 첫 압수수색은 의혹이 보도된 지 16일 만에 이뤄졌고, 전담수사팀이 꾸려진 지 12일이 지나서야 김씨를 소환했다. 일찌감치 미국으로 떠난 남 변호사에 대해선 의혹 제기 20일 뒤에야 소환 작업에 들어갔고, 성남시 압수수색은 하세월이다. 검찰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정권에 불리한 사건 수사는 미적댔다. ‘대장동 게이트’ 수사도 이런 식이라면 나중에 수사팀이 수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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