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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제일모직에서 수석연구원으로 2차전지 전해액을 개발하던 오정강 엔켐 대표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자신이 몸담은 전해액 담당 부서가 안료 제조사인 욱성화학에 매각된다는 소식이었다. 7년 동안 매달린 전해액 국산화 연구도 자칫 차질을 빚을 뻔한 순간이었다. 오 대표는 당시 ‘어떻게든 전해액 연구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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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전기차 시대가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렇게 되면 고용량 배터리가 필요하고 여기에 들어가는 전해액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오 대표는 “지금 팔리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팔릴 제품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했다”고 했다.
2013년 기회가 왔다. LG화학이 전기차용 2세대 전지 개발에 참여할 전해액 회사를 찾으려고 해외를 중심으로 물색했는데 뜻밖에 국내 무명 중소기업이던 엔켐이 선행 기술을 가진 것을 알게 됐다. 오 대표는 “전기차용 전지는 출력이 높아 전해액의 이온 전도율이 좋아야 하는데, 해외 회사들은 이 조건과 가격을 맞춰주지 못했다”며 “우리는 고객 맞춤형 전해액을 공동 개발해주고 제조사 요구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계약을 따냈다”고 했다.
엔켐은 충북 제천과 충남 천안, 중국과 폴란드 공장에서 전해액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6만5000t의 전해액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국내 3대 전해액 업체 중 나머지 두 곳인 동화일렉트로라이트(3만3000t)와 솔브레인(3만4000t)의 두 배 수준이다. 오 대표는 “뒤늦게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오로지 전해액 분야만 죽기 살기로 몰두한 결과 국내 선두 기업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엔켐의 강점으로 현지화를 꼽았다. 전해액 유통기한은 생산 후 3~4개월로 짧다. 고객사가 해외 공장을 지으면 인근에 바로 공장을 따라 짓고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엔켐은 올해 미국 조지아주 공장을 시작으로 내년에 헝가리, 중국 공장도 완공을 앞두고 있다. 공장이 지어지면 엔켐 생산 규모는 지금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12만5000t이 된다. 생산능력이 늘면 매출은 더 뛰게 된다.
이달 코스닥시장 상장을 앞둔 엔켐은 상장을 통해 조달할 800억원 전부를 해외 공장 증설에 투자할 계획이다. 오 대표는 “5년 뒤인 2026년 2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게 목표”라며 “상장 후 글로벌 5위권에 진입하겠다”고 밝혔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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