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는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꼽힌다. 탄소배출권 가격까지 급등해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에너지조사기관 BNEF에 따르면 전 세계 탄소 포집 용량은 현재 4400만t에 불과하지만, 2030년에는 1억9300만t으로 4배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대비해 탄소를 저장시설로 실어나를 대형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 개발이 시급한 상태다.
다행히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달 글로벌 인증기관 DNV로부터 세계 최대(4만㎥급)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의 설계 기본인증을 업계 최초로 획득했다. 현재 운항 중인 최대 용량(3600㎥)의 10배가 넘는 규모다. 대우조선해양은 미국선급협회와 7만㎥급 운반선 공동 개발에 합의했다.
포스코와 현대미포조선, 한국조선해양도 영국 로이드선급 등과 함께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포스코가 저장탱크용 강재와 이용 기술, 현대미포조선과 한국조선해양이 운반선 설계와 건조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로이드선급이 강재 인증과 탱크 제작 기술검토 및 관련 규정 제·개정을 맡는 방식이다.
외국 업체들도 도전장을 내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은 프랑스 토탈에너지와 손잡고 탄소 운반선 개발에 나섰다. 중국 국영조선사 CSSC 산하 장난조선소는 암모니아 추진 탄소 운반선 설계를 공개하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세계 각국은 지난해 340억t 규모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50년까지 ‘제로’로 줄이기 위해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런 만큼 시장성이 밝다. 탄소 포집·저장 기술을 확보하고 운반선을 수주하면 기술 사용료와 연관 산업 신규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은 관련 시장 규모가 올해부터 연평균 29.2% 성장해 2026년 253억달러(약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탄소 저장 프로젝트만 매년 20개 이상 발주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 강국’ 한국으로선 새로운 블루오션을 선점할 기회로 삼을 만하다. 우리 기업들이 동해를 넘어 세계로 뻗어가길 기대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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