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묵은 상속세, 유산취득세로 바뀌나

입력 2021-10-15 17:05   수정 2021-10-16 00:53

정부가 22년 만에 상속세제 개편을 추진한다. 한국의 상속세 부담이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정부가 개편안 마련 작업에 나섰다. 정부는 상속재산 전체에 세금을 매기는 현행 유산세 방식 대신 상속인이 취득한 유산 규모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유산취득세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상속세제 개편을 위한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각계 의견을 수렴해 개편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해 국회가 세법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부대의견으로 상속세 개편 방향에 대한 연구용역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상속세 과세체계 개편방안을 만들고 있다”며 “상속세 전반에 대해 소득세와 연계해 어떤 제도 개선이 있을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현행 상속세 체계는 2000년 개정 이후 22년간 유지되고 있다. 과세표준 30억원 초과 상속재산에 50%의 세율이 적용되고, 최대주주 할증 적용 시에는 최고 60%까지 세율이 올라가는 방식이다. 이 같은 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존에는 기업 총수 일가 등 일부 계층에서만 상속세 부담을 호소했지만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산층의 부담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개편안에서 상속재산 전체에 세금을 매기는 현행 유산세 방식을 개인별 취득 상속재산에 따라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개편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홍 부총리는 이와 관련해 “상속세의 경우 유산취득세로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고, 이는 증여세 등 우리 과세체제를 확 바꾸는 것이라 검토와 준비가 필요하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검토해볼 필요는 있겠다”고 개편 방향을 언급했다.

현행 유산세 방식은 피상속인의 재산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재산이 50억원일 경우 여기에 각종 공제를 적용한 과세표준에 따라 상속세를 과세한 뒤 상속인들에게 배분하는 식이다. 과세표준이 30억원을 넘는다면 최고세율 50%가 적용된다. 과표가 50억원이고 배우자가 없는 상태로 별다른 공제 없이 2명의 자녀에게만 나눠주는 경우를 가정하면 약 17억원을 세금으로 낸 뒤 나머지를 나눠 상속하게 된다.

유산취득세는 재산을 취득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매겨지는 방식이다. 앞선 사례에서 2명이 25억원씩 상속할 경우 이들의 과세표준은 30억원 밑으로 내려가 40%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된다.

세계적으로도 유산세보다 유산취득세가 널리 쓰인다.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OECD 회원국 중 대부분은 상속세를 폐지했거나 유산취득세 방식을 택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2021년 기준 OECD 회원 38개국 중 우리나라처럼 상속 재산 전체에 세금을 물리는 유산세 방식을 채택한 곳은 4개국뿐”이라며 “개개인이 상속받은 재산을 과세 기준으로 해서 상속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상속세가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뀌더라도 개개인의 세 부담이 낮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우선 과세표준이 변하지 않는 고액자산가는 기존과 같은 세율을 적용받아 세 부담이 낮아지지 않을 수 있다. 유산취득세 방식을 도입하더라도 세수중립에 맞춰 공제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도록 세제를 고치되 공제를 축소해 세 부담을 비슷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유산취득세로 개편될 경우 세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허위로 쪼개기 상속을 했다고 신고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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