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 비중이 19.9%를 기록하며 사상(199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졌다. 외환위기 직후 28%대를 오르내리던 자영업자 비중이 꾸준히 감소하고는 있었지만, 2017년 21.3%였던 자영업자 비중은 4년만에 1.4%포인트 하락했다. '근로자 네 명 중 한 명'은 자영업자라던 한국 산업구조와 고용시장이 이제는 근로자 다섯 명 중 한 명으로 표현을 바꿔야 할 상황이다.
자영업자의 절대 숫자도 2017년 568만명에서 지난 달 552만명으로 대략 16만명이 사라졌다. 종업원을 둔 자영업자(고용주) 수는 지난 달 2만6000명 줄어들며 34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반면 종업원 없는 '나홀로 자영업자'(자영자)는 2만2000명 늘어났다. 이는 3~4년 전과 비교해 완전히 달라진 패턴이다. 금융위기를 전후해 자영업자가 크게 줄었는데, 전체 자영업자의 72% 가량을 차지한 자영자 감소세 영향이 컸다. 그런데 이제는 거꾸로 고용주가 줄어 전체 자영업자 수와 비중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 자체가 본래 영세한 사업이지만, 갈수록 그 규모가 더 쪼그라들고 있다는 얘기다.
이유는 어렵지 않게 추측해볼 수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자영업자들이 감당할 수 없어 쓰던 알바생도 내보내고 본인의 노동시간을 늘리거나 가족의 도움을 얻는 식으로 운영하는 가게가 늘었다. 코로나로 인한 정부의 거리두기 정책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강력한 집합금지 및 영업제한으로 이어진 때문이기도 하다. 차라리 가게 문을 닫는 게 손실을 줄이는 길이고, 조금 전까지 '사장님'이었던 자영업자들이 배달앱 기사, 대리운전 기사로 사방팔방 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과도한 자영업자 비중은 '선진국' 한국 경제의 감추고 싶은 부분이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급격한 감소세 속에 감춰진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생각해보면 그리 여길 때도 아닌 것 같다. 한편으론 자영업이란 고용형태가 실업을 줄이고, 경제성장을 떠받친 순기능을 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외환위기 전에는 고용주의 증가가 실업률을 낮추고 성장률을 높여왔으며, 외환위기 이후엔 순수 자영자가 실업을 줄이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이제 20% 아래로 떨어진 자영업자 비중이 과도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굳이 자영업자를 줄이거나 자영업 전환 유인을 억제하려는 정책적 시도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과거 20년 가까이 자영업자 비중이 장기간 감소한 것은 경제적 불확실성이 갈수록 증대돼온 것과 무관치 않다. 취업이나 재취업 때 자영업자로 진입하는 것이 그만큼 위험하다는 인식이 보편화된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영업에 좀 더 적합하고 생산적인 사람들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최근의 경제상황은 이들 또한 두손 들게 만들고 있다.
결국 배달앱 기사 등으로 다시 고용시장으로 복귀한 자영업자들의 고용 유지와 안정적 생활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 쪽에 더 집중해야 한다. 플랫폼 사업체 근로 등이 '자영업 붕괴'의 완충지대로 역할할 수 있도록 하고, 기존 자영업의 순기능도 살려갈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소주성이 절반은 성공했다"고 자평하는 소주성 설계자들의 자가당착은 더이상 보고 싶지 않다.
장규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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