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통합없는 대우건설, 기아차 모델 기대

입력 2021-10-16 08:00   수정 2021-10-16 08:32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합병(M&A) 실사작업이 마무리 중인 가운데, 대우건설이 피인수 후에도 독립적 경영활동을 이어갈지 업계는 물론 일반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대우건설에 대한 '독립경영' 모델이 '현대-기아차'와 같은 시너지를 낼지 주목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아파트 브랜드인 중흥건설의 S-클래스와 대우건설의 푸르지오가 별도로 운영될지를 지켜보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에 대한 실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심각한 우발채무나 추가부실 등 큰 변수가 없으면, KDB인베스트먼트(KDBI)와의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중흥그룹은 당초 방침과 같이 '따로 또 같이' 경영을 고수할 예정이다. 쉽게 말해 동종업계라고 하더라도 통합 보다는 서로의 독립경영을 통해 발전하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차의 모델을 밟겠다는 것이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대우건설이 중흥그룹에 인수되면 특유의 색채를 잃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지만, 이는 당치도 않다"며 "(일반적인 다른 M&A처럼) 재무적투자자(FI)가 끼어들어 투자자금 회수에 열을 올리는 것과는 다르게 대우건설을 키우는 게 목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은 브랜드 통합에 대해서는 '계획이 없다'며 다시 한번 선을 그었다. 중흥그룹 또한 주택사업에서 잔뼈가 굵은만큼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써밋' 등의 브랜드 가치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독립경영을 이미 보장한 터인데 굳이 아파트 브랜드를 통합하는 과정은 전제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브랜드 경영과 관련 대유위니아그룹의 대우전자(현 위니아전자) 인수와도 비교하고 있다. 대우전자는 2018년 대유위니아그룹에 인수된 후 2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가전 명가’로서의 위상을 회복했다. 피인수 이후에도 벽걸이 드럼세탁기 ‘미니’와 복합 오븐 ‘프라이어 오븐’ 등 기존의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독자적인 제품 라인업을 강화했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대우건설이 M&A 이벤트가 종료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3분기 실적이나 주가는 다소 정체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실적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지분 매각 과정은 현재 연내 종결을 목표로 관련 실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주택, 토목, 플랜트 등 전 공종에 걸친 뚜렷한 실적과 재무구조 개선, 원전과 LNG 시장 분야의 사업 확대 가능성 등을 감안한다면 매각 관련 불확실성을 가정하더라도 저평가 매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라진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매각으로 인해 투자심리가 가라앉은 상황"이라면서도 "실적개선, 자체사업 확대, 해외 매출 및 수익성 개선, 리비아 시장 개화, 체코 원전, 재무구조 개선 등 펀더멘탈(기초체력)이 강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목표주가를 낮추면서도 '매수' 의견은 유지했다. 이 연구원은 "2019년 시작된 주택부문 분양 확대로 인한 매출 성장이 본격화되고, 중장기적으로 카타르, 모잠비크 가스전 등LNG 액화플랜트 중심 해외 수주가 예상된다"며 "국내 EPC 업체들 중대용량 LNG 액화플랜트를 초기부터 진행해본 기업은 대우건설로 2020년 나이지리아 수주가 처음"이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중흥그룹이 예정대로 대우건설을 인수 완료하고 투자를 단행한다면, 재무구조도 탄탄해질 전망이다. 대우건설의 부채비율은 2020년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248%에 달할 전망이지만, 중흥그룹은 이를 105.1% 수준까지 크게 낮춰 자산 건전성을 확보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국내외 수주전에서 브랜드 경쟁력이나 설계 등에서는 우위를 보이다가도 부채비율이 리스크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피인수 이후 재무건전성이 확보된다면, 수주전에서의 경쟁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대우건설은 서울 노량진5구역 재정비촉진구역을 비롯해 과천 주공5단지 재건축, 원주 원동주공 재건축, 불광1구역 재건축 등의 수주전에 참여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독자적으로도 올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5위 건설사"라며 "M&A 이후 안정적인 재무상황에서 브랜드가 유지된다면 예전보다 브랜드 가치는 더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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