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토스뱅크의 파행적 출발, 누구 탓일까

입력 2021-10-17 16:41   수정 2021-10-18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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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5일부터 문을 연 토스뱅크가 이제서야 대기표 없이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됐다. 공식 출범 전후로 150만 명 이상의 사전예약자를 확보해 조금씩 계좌를 터주던 토스뱅크가 17일 “누구나 대기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방침을 바꿨기 때문이다. 그동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연 2% 금리’를 준다”며 고객을 끌어모은 토스뱅크 통장에는 뭉칫돈도 적잖게 들어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토스뱅크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이어 ‘국내 3호 인터넷전문은행’이자 스무 번째 시중은행이다. 여기에다 ‘출범 9일 만에 대출을 멈춘 은행’이라는 씁쓸한 진기록도 얻게 됐다. 토스뱅크는 모든 대출 업무를 중단하면서 한도 300만원짜리 소액 대출조차 내주지 못하고 있다. 핵심 원인은 알려진 대로 가계대출 총량규제다.

금융당국이 토스뱅크에 부여한 대출한도는 ‘연말까지 5000억원’이다. 카카오뱅크 영업 시작 후 1주일 동안 풀린 대출만 4950억원이었다. 토스로선 너무하다고 느꼈을 법하다. 역시 출범 사흘 만에 한도의 절반 가까이 소진됐다. 이후 나흘 동안 사전신청자의 계좌 개설을 중단하는 강수 조치로 버텼지만 결국 14일 오후 5000억원이 모두 동났다.

일반 은행은 가계대출이 막히면 기업대출에서라도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은행은 그조차 불가능하다. 유일한 수익원인 대출이 끊긴 채 이자를 듬뿍 줘야 하니 건전성 부담이 커지게 됐다.

토스뱅크의 파행적 출발은 불가피한 것이었을까.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신생 은행이라고 토스만 봐줬다간 형평성 문제가 일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은행권에서는 “토스가 총량 규제 파장을 과소평가하고 ‘일단 열고 보자’는 식이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토스뱅크 스스로도 ‘세몰이 마케팅’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탄생한 토스뱅크가 당국의 규제 강화로 날개가 꺾인 현 상황은 말 그대로 아이러니다. 토스는 2019년 인터넷은행 인가전에서 한 차례 탈락하고 재수 끝에 사업권을 따냈다. 금융위는 ‘혁신금융’ 성과를 내기 위해 제3 인터넷은행에 공을 들였다. ‘유력 후보’ 토스가 심사에서 떨어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던 당국은 두 달 만에 재선정 작업에 나섰고 희망 기업들에 사전 컨설팅까지 해줬다.

금융위가 전세대출을 총량규제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은 연말까지 ‘올스톱’되는 분위기다. 대출을 못 해주는 은행을 제대로 된 은행이라고 할 수 있나. 어쩌다 이렇게 ‘은행답지 못한 은행’이 많아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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