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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대전 유성구에 있는 삼성중공업 대덕 선박해양연구센터. 삼성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자율항해시스템(SAS)상에서 선박들의 ‘충돌 회피’ 시뮬레이션이 한창이었다. SAS는 선박에 장착된 레이더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주변 선박과 장애물을 인지하고 있었다. 15㎞ 전방의 선박을 인식한 SAS는 기존 경로에서 우측으로 각도를 튼 대안 항로를 제시했다. 선박은 SAS의 솔루션에 따라 방향타를 자동으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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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운항선박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선원 없이 해상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세계 자율운항선박 시장 규모는 올해 95조원에서 2025년 180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자율운항선박의 핵심 기술은 항해사 역할을 맡는 자율항해시스템과 항로, 연료, 컨테이너 상황 등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솔루션 플랫폼으로 나뉜다. 삼성중공업은 두 기술을 모두 독자 개발했다. 각각 SAS와 에스베슬(SVESSEL)로 이름 붙였다.
삼성중공업이 개발 중인 자율운항선박은 에스베슬로부터 항로, 연료 등 각종 데이터를 수집한 뒤 SAS가 해상 환경 변화에 스스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운항한다. 김현조 삼성중공업 선박해양연구센터장이 에스베슬의 ‘항로 모니터링’ 버튼을 누르자 선박이 특정 기간에 어떤 항로를 이용했고, 날씨 상황은 어떤지에 대한 정보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수집된 수많은 정보는 최적의 항로를 모색하는 데 중요한 데이터베이스가 된다는 게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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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은 삼성SDS와 협업해 자율운항선박 전용 보안 솔루션도 개발 중이다. 이날도 센터 안쪽에선 수십 대의 기기가 방화벽 위치 설정, 바이러스 탐지 테스트를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자율운항선박에서 기술 개발만큼 중요한 것이 사이버 보안”이라며 “시스템이 해킹될 경우 대형 해상충돌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자율운항선박 기술이 가장 앞선 곳으로는 핀란드와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가 꼽힌다. 유럽연합(EU)도 2012년부터 무인선 프로젝트 ‘무닌(MUNIN)’을 추진해 자율운항선박 관련 기술과 사업 타당성 검토를 마쳤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자율운항선박은 글로벌 조선산업의 ‘게임체인저’”라며 “기술 개발을 위해선 각 기관 및 관계부처와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전=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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