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 경기지사 자격으로 경기도 국정감사에 출석한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경기 성남시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의 ‘몸통’이라고 주장하며 ‘이재명 책임론’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이 후보는 오히려 여론을 뒤집을 계기로 보고 정면돌파를 준비하고 있다. 이 후보는 17일 페이스북에 “야당 의원들에게 수모라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이 있는데 너무 걱정 안 해도 된다”며 “(국감) 결과는 국민의힘 의도와 다를 것”이라고 썼다. 다음은 ‘이재명 국감’ 관전 포인트.
(1) 대장동 ‘몸통’ 실체 나올까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18일)와 국토교통위원회(20일)의 경기도 국감에 대비해 막판 ‘작전회의’를 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대장동 관련 공문에 서명한 사실 등을 근거로 ‘이재명 몸통론’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이 성남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는 성남시장이던 2014~2016년 대장동 개발 사업 내용이 담긴 공문 결재란에 최소 10차례 서명했다. 이 의원은 “‘화천대유 몰아주기’에 대한 보고를 일일이 받았다면 배임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고 공격했다. 이에 이 후보 측은 공문에 시장 서명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절차라고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배임 혐의로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이 후보와의 관계를 규명할 수 있는 증언과 자료도 총동원할 계획이다. 천화동인5호(화천대유 관계사) 소유주로 알려진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 속 김만배 씨의 ‘그분’ 언급을 근거로 ‘이재명 연루설’도 제기하기로 했다. 답변 과정에서 이 후보가 말을 바꾸거나 거짓말을 할 경우 즉각 위증죄로 고발할 방침이다.
(2) 이재명 역공 나설까
이 후보는 이날 외부 일정 없이 국감 시나리오별 대비책을 세웠다. 이번 국감을 계기로 ‘대장동 책임론’을 완전히 불식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여론은 불리하다. 최근 넥스트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7.7%는 이 지사가 대장동 의혹에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책임 없다’는 응답(22.7%)보다 세 배나 많았다. 신성범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 의원들은 몇 가지 데이터를 가지고 공격할 텐데 이 후보는 파악이 돼있기 때문에 다 역으로 비판할 것”이라고 했다.
경선 이후 컨벤션 효과를 못 누리고 있는 이 후보 입장에선 특유의 ‘사이다 발언’ 등을 통해 야당 의원들의 공격에 적극적으로 반격할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는 경기지사 취임 후 세 차례 국감에서 국민의힘 공격을 받아내며 인기를 얻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 후보가 자신감을 갖고 있다. 대통령 후보 인사청문회라고 생각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대장동 사업 과정에서 소수 인사에게 과도한 이익이 몰린 점과 유 전 본부장 등 주변 인물의 비위와 관련해선 일부 책임을 인정하며 몸을 낮출 것으로 보인다.
(3) 야당의 ‘한방’은
여야 ‘대장동 승부’의 핵심은 야당이 이 후보가 대장동 특혜 연루 사실을 증명할 새로운 사실을 제시할 수 있느냐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 ‘본진’인 경기 수원시에 대장동 국민제보센터를 설치하고 전방위 제보를 받고 있다. 새로운 제보를 바탕으로 국민의힘이 ‘결정타’를 터뜨릴 경우 국감에 직접 출석하는 이 후보에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국감에서 ‘한방’이 안 나온다면 이 후보가 오히려 여론을 반전시킬 기회를 잡을 수 있다.
(4) 국감에서 민주당 ‘원팀’ 될까
여당 내 관전 포인트도 있다. 행안위엔 오영훈, 오영환 민주당 의원 등 이낙연 캠프 소속이던 의원들이 포진해 있는데 이들이 얼마나 야당의 공세를 저지하면서 이 지사 보호에 나설지에 따라 민주당 원팀 기조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민주당 행안위원들이 전격적으로 이 후보 감싸기에 나서면 사실상 ‘맹탕 국감’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행안위는 민주당 18명, 국민의힘 8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돼 있어 야당이 수적으로 밀린다. 국토위 역시 29명 중 18명이 여당 의원이다.
이날 행안위 야당 간사인 박완수 의원은 민주당 소속인 서영교 행안위원장에게 국감 편파 운영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국감 현장에서 이 후보에게 장시간 해명할 기회가 주어지는 상황을 걱정한 것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