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일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국세청 전산망과 연동을 준비하고 있는 암호화폐거래소 직원들의 하소연이다. 과세의 ‘대원칙’은 언뜻 보면 간단하다. 코인으로 연간 250만원 넘게 벌면 22%를 세금으로 뗀다는 것이다. 팔 때 가격(양도가)에서 살 때 가격(취득가)과 거래수수료(부대비용)를 뺀 금액을 소득으로 잡는다. 예컨대 업비트에서 원화로 코인을 사서 업비트에서 팔았다면, 업비트가 모든 거래내역을 알 수 있어 과세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암호화폐가 ‘이동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19일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현황을 파악한 결과, 8~9월 업체마다 한 차례씩 국세청과 면담했을 뿐 구체적인 과세 가이드라인을 받았다는 곳은 없었다. 이 중 세 곳은 “세부 지침이 없으면 연말까지 과세 시스템 구축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국내 거래소들은 특정금융정보법상 사업자 신고라는 ‘발등의 불’을 이제 막 끈 상황이라 과세 인프라에는 크게 신경 쓰지 못했다.
해외에서 국내로 들여온 코인은 거래소가 취득가를 확인할 방법이 아예 없다. 해외 거래소는 협조 의무도 없는 데다 과세관할권, 징수관할권 등의 문제도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유 의원이 4대 거래소 방침을 조사한 결과 두 곳은 “별도 지침이 없다면 취득가를 ‘0원’으로 처리해 과세당국에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자가 취득 당시 가격을 입증하지 않는 한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소득세법은 과세 시행일 이전 획득한 코인은 ‘시행일 전날 가격’과 ‘실제 취득가액’ 중 더 높은 값을 취득가액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투자자에 따라 유불리가 크게 엇갈릴 수밖에 없다. 취득가를 선입선출법으로 계산하도록 한 점도 “너무 복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소들은 비거주자(국내에 183일 이상 체류하지 않은 사람) 확인의 어려움도 주장한다. 이들의 투자 수익은 거래소가 원천징수해야 하는데, 비거주자 여부를 거래소가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현재는 실명계좌를 개설할 때 기입하는 주소 정보 등을 활용할 수 있을 뿐인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거래소들은 ID 기반으로 정보를 관리했는데, 과세를 위해 주민등록번호 기반으로 데이터를 정리하려면 물리적 시간이 빠듯하다”고 했다.
임현우/이인혁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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