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붙은 석유 투자…준비 안된 청정에너지

입력 2021-10-18 17:26   수정 2021-10-19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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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 연료에서 친환경 에너지로의 급격한 전환이 세계적 ‘에너지 대란’을 촉발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화석 연료 투자가 급감한 만큼 청정에너지 투자가 늘어나지 않아 치솟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글로벌 에너지산업의 화석연료 투자가 급감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노르웨이 리서치회사 리스타드에너지에 따르면 셰일오일·가스를 제외한 원유·가스 탐사 지출은 2010~2015년 연평균 1000억달러 규모였다. 이후 원유 가격 폭락을 거치며 갈수록 지출이 줄어들었다.


최근에도 이런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세계 원유·가스산업 투자는 코로나19 확산 이전보다 약 26% 감소했다. 셰일오일·가스업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미국 셰일업계 투자자들은 유전 개발 투자를 줄이고 현금 배당을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태양광 풍력 등 청정에너지 점유율은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정부의 보조금 지원과 다양한 정책이 청정에너지 사업을 뒷받침했다. 2019년 미국에서는 재생에너지가 134년 만에 처음으로 에너지원으로서 석탄보다 더 많이 소비됐다.

그러나 청정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화석연료 에너지 공급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IEA는 최근 “세계는 미래 에너지 수요를 맞추는 데 충분히 투자하지 않고 있다”며 “에너지 전환 지출이 에너지 수요를 채우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IEA는 세계 에너지 수요를 맞추고 기후변화 목표를 달성하려면 청정에너지 투자를 올해 1조1000억달러에서 2030년 연간 3조4000억달러로 늘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에너지 확보에 비상이 걸린 각국은 원자력 발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탄소배출을 줄이면서도 에너지 공급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이르면 이번주 신규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로이터에 “수년 내에 최소 한 건의 대규모 원자력 프로젝트를 승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은 2050년까지 실질적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앞서 프랑스 정부도 지난 12일 점진적 탈원전 기조에서 벗어나 원전 연구개발에 10억유로(약 1조4000억원)를 투입한다는 내용의 ‘프랑스 2030’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 이전에 핵폐기물 관리를 개선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를 개발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정했다. SMR은 차세대 원전으로 평가된다. 출력은 현재의 원전보다 떨어지지만, 건설 기간이 짧고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게 낮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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