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1일 08:3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소진석 에스에이티이엔지 대표는 일명 '유일한의 후예'다. 유한양행을 설립한 故 유일한 박사가 설립한 유한공업고등학교 출신으로 그의 경영철학을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2014년 동문들과 발간한 '유일한의 후예들'이란 책에도 소 대표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소 대표는 "가치관인 '열정적인 도전'과 '신뢰'는 유한공고 교훈이었던 '성실'에서 이어진 것"이라며 "회사의 소중한 자산인 직원들에게 회사 이익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덕분에 에스에이티이엔지는 장기 근속 중인 직원들이 업종 대비 높은 편이다.
이번에 IBK증권이 만든 IBKS제14호 스팩과 합병 상장을 선택한 것도 오랜 기간 함께 해온 IBK그룹에 대한 신뢰 덕분이다. 그는 "2004년 회사 시작부터 IBK은행과 주거래은행으로 함께 해왔고, 2013년 코넥스 상장 때도 IBK증권이 주관을 맡았다"면서 "우리의 강점을 잘 알고 있는 금융회사라 믿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합병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는 오는 22일 열린다. 합병신주상장예정일은 12월 9일이다.
2004년 설립된 에스에이티이엔지는 본딩 설비 및 세정기, 압흔검사기, 도포기 등 디스플레이 모듈 공정에 적용되는 제조장비를 생산하는 디스플레이 제조사다. 주요 고객사는 LG디스플레이, FOXCONN, CSOT 등이다.
에스에이티이엔지는 국내에서 흔치 않은 대형 디스플레이 모듈 라인 장비 경험을 갖췄다. 2009년 샤프사로부터 70인치 대형 라인 설비를 수주한 것을 시작으로 최대 128인치 모듈 라인까지 납품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소 대표는 "100인치 이상 초대형 라인 수주 경력은 국내서 독보적"이라며 "TV뿐 아니라 노트북, 모바일, 자동차 네비게이션, 게임 등을 위한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이 확대되면서 매출도 안정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춘 에스에이티이엔지는 2013년 7월 1일 상장한 코넥스 1호 기업(21개사) 중 하나다. 소 대표는 "코넥스 1호 기업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서 "코넥스에서 내부 조직 정비, 기업 공시 등을 배우며 코스닥 상장을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소 대표는 빠른 제품 생산 속도와 중국 공장 현지화를 통한 가격 경쟁력을 회사의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설비 반입부터 양산 대응 및 에프터서비스(A/S) 대응까지 전부 중국 현지 인력으로 구성해 고객들의 요구에 빠른 대응을 함과 동시에 출장 경비 등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면서 "덕분에 코로나19 사태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생산을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에스에이티이엔지는 2차 전지 소재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2015년 울산에 연구소를 설립해 2차 전지 소재 연구를 시작했고, 2019년 2차 전지 소재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자회사인 에코케미칼을 세웠다. 그동안 일본 의존도가 높던 2차 전지 소재들을 국산화해 시장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입 제품을 국산화하는 건 소 대표의 장기 중 하나다. 창립 초기에도 LG디스플레이와 일본 디스플레이 장비 국산화 연구를 함께 했다. 국산화한 디스플레이 장비를 대만, 중국, 일본에 수출하면서 회사를 키웠다. 그는 "2차 전지 안정성에 필수적인 음극 바인더와 분리막 첨가제를 개발했다"면서 "현재 제품 연구개발 검증 단계이고, 내년부터는 2차 전지 매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에코케미칼은 바인더와 분리막 첨가제 원천 특허 4건을 보유 중이며 7건의 특허도 출원 심사 중이다
에스에이티이엔지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62억원, 26억원이다. 올해는 400억원대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5년 이내 1500억원까지 매출을 늘리고자 하고 있다. 소 대표의 목표는 백년 기업이다. 그는 "매출이 안정적인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산업에 신사업인 2차 전지(배터리) 소재 산업으로 성장성을 더했다"면서 "국내를 넘어 해외 수출을 통해 백년 기업으로 자리잡겠다"고 자부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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