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한 달 새 36% 추락…기관에 왜 파냐고 물었더니

입력 2021-10-19 09:17   수정 2021-10-19 09:20



상장 이후 한때 9만원을 웃돌던 카카오뱅크가 좀처럼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 리스크와 함께 기관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운 것이 주가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개인투자자들이 기관의 매도물량을 소화하며 주가를 떠받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8월18일 장중 9만4400원까지 치솟으면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지 2개월 만에 36% 넘게 급락했다. 현재는 6만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우려와 토스뱅크 출범으로 한 달 넘게 약세를 보이던 카카오뱅크가 지난주 소폭 반등에 성공했음에도 향후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카카오뱅크의 주가 하락의 배경은 단연 기관 매도세 때문이다. 기관은 매도세가 본격화된 지난달 1일 이후 전날까지 7339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7322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으며, 외국인은 123억원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기관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1조4627억원)에 이어 카카오뱅크를 두 번째로 많이 팔아치운 종목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기관의 매도 공세로 카카오뱅크 주가가 별다른 저항도 없이 미끄러지고 있다. 시장에선 기관의 매도공세와 관련해 해석이 분분하다. 금융당국이 강하게 가계 대출을 압박함에 따라 카카오뱅크의 일부 대출 상품의 신규 취급이 중단되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게다가 제3호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가 정식 출범해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5일에 토스뱅크가 정식 출범하자 카카오뱅크가 경쟁 심화 우려에 하락하며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1조9955억원이나 줄었다. 이는 지난달 2일 우정사업본부의 1조원 규모 지분 블록딜 소식이 알려진 이후 1개월여 만에 가장 큰 낙폭이었다.

카카오뱅크도 공매도 폭탄을 피하진 못했다. 코스피지수 3000이 무너진 지난주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5~6일 기준으로 1조2000억원 넘는 규모의 공매도 거래가 이뤄진 가운데 카카오뱅크에 대한 공매도 거래 대금은 495억원으로, 삼성전자(1332억원)·셀트리온(569억원)·크래프톤(544억원) 다음으로 컸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적정 가치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장기적으로도 경쟁사와 밸류에이션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핵심적인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선 카카오뱅크가 정보기술(IT)와 모바일 완결성으로 차별화됐지만 결국 은행인 만큼 규제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보호예수 물량이 여전히 쏟아질 수 있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최근 정책당국은 지난 6일 시중은행 대환대출 플랫폼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고 은행권에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하는 등 혁신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 카카오뱅크 역시 은행이기 때문에 가계대출 규제 관련해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성장의 기반이었던 신용대출의 증가세도 둔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담보대출 비중도 늘려야하는데 부동산 등기부등본 열람이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없기에 기술이 있어도 진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카카오뱅크는 공모가(3만9000원)를 크게 웃돈 주가 상승률 때문에 보호예수물량에 대한 부담도 남아있다. 보호예수기간 1개월 종료된 물량이 지난 7일 쏟아졌을 당시 주가는 6% 가까이 떨어졌는데, 보호예수 기간별 물량은 6개월, 3개월, 1개월 순으로 많은 만큼 상장 후 6개월까지는 수급상 부담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임 금융위원장이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강조하기에 본격적인 규제는 지금부터 시작될 것"이라면서 "기관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확약 물량은 6개월 의무보유기간 44.75%, 3개월 33.10%, 1개월 14.18%로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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