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 못한 'IPO 대어들'…공모주펀드 덩달아 찬바람

입력 2021-10-19 15:46   수정 2021-10-20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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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펀드에서 한 달 새 3000억원 가까운 자금이 빠져나갔다. 하반기 들어 공모주의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를 형성한 뒤 상장 당일 상한가 기록)’ 신화가 흔들리면서 공모주에 투자하는 펀드 열기도 식은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 등 대형 기업공개(IPO) 일정이 연말 혹은 내년 초로 미뤄진 것도 공모주 펀드 인기가 시들해진 배경이다.

순유출 3000억원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143개 공모주 펀드에서 한 달간 2900억원이 순유출됐다. 올해 상반기 동안 공모주 펀드로 4600억원 넘는 자금이 순유입된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공모주 투자 열기 자체가 사그라든 영향이다. 공모주 펀드는 기업이 상장할 때 기관투자가 자격으로 공모주 청약에 참여해 수익을 올리는 상품이다. 일반 청약보다 더 많은 주식을 배정받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공모주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SK바이오사이언스 등 IPO 대어들이 줄줄이 ‘따상’으로 증시에 입성하면서 공모주 펀드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하지만 7월 이후 상장한 ‘IPO 대어’들의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현대중공업, 카카오뱅크 등은 상장 당일 따상에 실패했다.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공모주도 속출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19일 공모가 49만8000원보다 아래인 49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롯데렌탈은 4만800원으로 장을 마감했는데 공모가(5만9000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개별 종목의 주가가 시원치 않자 공모주 펀드 수익률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 18일 기준 최근 한 달간 143개 공모주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01%다. 코스닥벤처 공모주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는 한 달 수익률이 -4~5% 수준이다. 여기에 코스피지수 3000선이 붕괴되면서 주식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것도 투자 자금 유출을 부추겼다.
“운용 전략 천차만별”
IPO 대어들의 상장이 예정돼 있는 올해 말, 내년 초에는 공모주 펀드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카카오페이는 공모가 고평가 논란과 금융소비자보호법 이슈로 두 차례 상장 일정이 미뤄진 끝에 다음달 상장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초께 상장이 예상된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이달 14개 기업에 대해 IPO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이 진행되는데 2016~2020년 평균 8.2개에 비해 매우 많은 수준”이라며 “카카오페이,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 등 비중 있는 기업도 몰려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급성장한 e커머스 기업들도 내년 줄줄이 상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그룹 e커머스 사업을 총괄하는 쓱닷컴은 내년 상반기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쓱닷컴의 기업 가치는 6조원으로 추정된다. 마켓컬리, 티몬 등도 내년 증시 입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금리 상승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공모주 펀드에 투자할 때는 운용 전략을 눈여겨보라는 게 운용업계의 조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공모주 특성상 증시 초입에 있는 주식들이기 때문에 다른 종목보다 변동성이 크다”며 “증시 활황 속에 청약만 하면 따상을 기록하는 게 당연했던 상반기와 비교하면 시장 색깔도 바뀐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고수익·고위험 채권인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면서 공모주로 추가 성과를 내거나 IPO 이후 주가 하락기를 노리는 ‘포스트 IPO’ 등 공모주 펀드 내에서도 다양한 운용 전략이 있다”며 “공모주 펀드에 투자하기 전 각 펀드 투자설명서를 통해 이런 전략과 주식 편입 비율, 장기 운용 수익률 등을 비교·분석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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