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0일 15:5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롯데지주가 국민은행의 보증을 받아 엔화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다. 사무라이본드로 불리는 엔화 회사채는 한·일 관계 악화로 최근 2년여 간 찾아보기 힘들었다.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일본 자금시장이 한국 기업들의 외화 조달 창구로 다시 활성화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이번주 국민은행의 보증으로 3년 만기물 엔화 회사채 사모발행을 위한 투자자를 모집한다. 일본 SMBC니코 증권이 발행을 주관하며 발행규모는 미정이다. 국내외 시장금리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비교적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대안으로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국채 금리는 5년 만기물 이하는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롯데지주는 국내 신용평가 기준으로 AA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나, 해외 신용등급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예상되자 신용도가 높은 국민은행(무디스 Aa3 등급)의 보증을 받아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KB금융은 지난해 SMBC니코 증권과 투자은행(IB)부문 협력을 강화하는 업무협약(MOU)를 맺었다.
사무라이본드 2018년에만 해도 연간 2420억엔(약 2조5000억원) 규모의 발행이 이뤄지는 등 한국 기업들의 주요 외화 조달 창구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한국의 위안부 손해배상 판결 문제로 반도체 생산재 등의 수출규제를 실시하면서 한·일 정치적 긴장감이 높아지자 일본 투자 기관들이 발을 뺐다. 엔화 조달을 준비하던 한화케미칼은 본드 발행을 철회했고 이후 신한은행이 지난 7월 사모채를 발행했을 뿐 사무라이본드 공모발행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한국 금융 공기업들도 엔화 공사채 발행을 전면 중단했다. 코로나19 사태 후 달러·유로화 금리가 급락해 엔화로 외화 조달을 할 유인이 적어진 것도 사무라이본드가 급감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엔화 자금시장은 최근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 등으로 달러화 금리가 치솟자 다시 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엔화 수요가 있는 대형 시중은행들과 신용등급이 높은 대기업들이 사무라이본드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은 엔화를 빌려 달러화로 바꿔 사용하면 달러채를 직접 찍는 것에 비해 금리가 0.1%포인트 정도 높지만 달러 금리는 갈수록 오르고 있어 일본 자금시장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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