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설립한 글로벌 지급결제 플랫폼 ‘GLN(Global Loyalty Network)’이 별도 회사로 독립 분사했다. 비자·마스터카드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글로벌 결제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KB·신한·우리·농협금융 등 국내 5대 지주와도 협업의 물꼬를 텄다.
GLN은 소비자가 세계 어디서나 국경의 제한 없이 모바일로 온·오프라인 결제와 송금, 현금 인출 등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신용카드나 외화 환전 없이 스마트폰만 있으면 GLN을 통해 어디서나 간편결제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국내에선 아직 하나은행, 토스 등 몇몇 GLN 파트너사의 앱에서만 이용할 수 있지만 이번 분사를 계기로 5대 금융지주를 포함해 국내외 네트워크가 확대되면 서비스 접근성이 대폭 높아질 전망이다.
분사 마무리, 투자 유치도 추진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달 29일 금융위원회의 영업 양도 인가 승인을 받아 은행 내부에서 추진하던 GLN 사업을 ‘지엘엔인터내셔널’에 넘길 예정이다. 지엘엔인터내셔널은 지난 7월 GLN 사업을 전문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하나은행의 핀테크 자회사로 출범했다. 대표는 GLN을 이끌어온 한준성 전 하나금융 그룹디지털총괄 부사장이 맡았다. 초기 자본금은 100억원이며 하나은행이 400억원을 추가 출자할 예정이다. 지엘엔인터내셔널이 이달 전자금융업 등 GLN 사업을 위한 각종 라이선스 등록을 마치면 추가 출자와 영업 양수 절차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외부 투자 유치도 추진한다. 파트너사인 대만·일본계 은행이 유력한 투자자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GLN은 대만, 태국, 베트남, 일본, 홍콩 등 8개국에서 이용할 수 있다. 내년에는 중국, 호주, 인도 등 해외 서비스 지역을 20여 개국으로 넓힌다는 계획이다.
비자 브랜드가 붙은 카드가 있으면 세계 비자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는 것처럼 GLN 이용자들은 세계 GLN 파트너사에서 현금은 물론 금융사 포인트나 마일리지 등 다양한 디지털 자산으로 결제·송금·출금할 수 있다. 특히 소비자는 별도로 환전할 필요 없이 파트너사의 앱을 통해 GLN머니를 충전해 두기만 하면 가맹점에서 QR코드나 바코드를 스캔하는 방식으로 결제하고 현지 자동화기기에서 출금도 할 수 있다. 한 관계자는 “거래 때마다 카드사를 거치는 과정이 사라지기 때문에 소비자와 가맹점 모두 수수료가 훨씬 저렴하고 정산도 빠르다”며 “신용카드가 저무는 시대에 새 결제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5대 금융지주 “협업 열려 있다”
관건은 확장성이다. GLN 플랫폼에는 중국 알리페이, 베트남 BIDV은행, VN페이, 일본 NTT도코모 등 해외 유수 금융사와 간편결제 사업자, 통신사 등이 참여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모회사인 하나은행을 제외하면 토스, 쓱페이, SK페이, 제로페이가 전부다. 하나은행 고위 관계자는 “진정한 글로벌 허브가 되려면 여러 이해당사자가 참여해야 한다”며 “국내 5대 은행이 힘을 모을 수 있도록 협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5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12월 GLN 분사 이후 서비스 협력 가능성에 합의하는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렇게 되면 가령 신한은행의 앱 ‘쏠’이나 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에서도 각 은행 계좌를 연동해 GLN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후속 논의가 지지부진했으나 차후 협업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며 “서비스 참여부터 지분 투자까지 가능성은 모두 열려 있다”고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