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장동 4000억' 계좌추적 미적대는 검찰, 특검 자초한다

입력 2021-10-19 17:08   수정 2021-10-25 09:03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 대해 특별검사를 통한 철저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어제 “대장동 개발은 모범적인 공익사업이 아닌, 민간 특혜만 안겨준 부패사업”이라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개발인지 특검으로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이 특검을 도입하자는 이유는 분명하다. 파헤쳐야 할 의혹은 갈수록 쌓이는 데 반해 검찰과 경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여당 대선후보를 비롯한 정치인과 법원·검찰 고위직을 지낸 거물 법조인들이 대거 수사대상에 오른 만큼 검경 수사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도 타당하게 들린다. ‘강제수용 공공택지 땅장사’로 화천대유 등 민간사업자가 모두 1조8000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겨가는 개발 구조가 짜인 배경에 대해 정치권 눈치를 보는 검경의 소극적 수사로는 의혹을 해소할 수 없다는 게 경실련 주장이다. 여당 상임고문인 유인태 전 의원도 “결국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미 드러난 검경의 부실 수사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장동 게이트 수사의 요체는 천문학적 ‘돈잔치’ 흐름을 파헤치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분 7%에 불과한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가 챙긴 배당수익만 4040억원이다. 김만배 씨는 뇌물 755억원, 배임 1100억원의 혐의를 받고 있다. 화천대유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몫으로 700억원이 들어있다는 얘기도 나돈다. 천화동인 1호가 배당받은 1208억원 중 ‘절반은 그분 것’이란 녹취록 내용의 실체 규명도 시급하다.

지난달 초 대장동 사건이 불거진 뒤 이에 대한 계좌추적만 제대로 됐어도 진실 규명에 한층 다가섰을 텐데 검찰과 경찰은 손을 놓다시피했다. 늑장 압수수색과 함께 필수 수사대상을 뺀 것이다. 그러니 대장동 게이트의 ‘키맨’ 김씨에 대한 영장청구가 기각되자 “기각될 수밖에 없게 꾸몄다”는 비아냥까지 나온 것 아닌가. 뒤늦게 검경은 “계좌추적을 열심히 해오고 있다”고 하지만 변명으로 들린다. 대장동 수사의 핵심 중 하나가 여당 대선후보의 배임 여부인데, 친정권 성향의 검찰이 그럴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미 검찰은 피의자의 휴대폰 확보 실패, 수사 착수 22일 만에 성남시청 첫 압수수색 등으로 한껏 불신을 부른 마당이다. 검찰 스스로 특검을 자초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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