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이 특검을 도입하자는 이유는 분명하다. 파헤쳐야 할 의혹은 갈수록 쌓이는 데 반해 검찰과 경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여당 대선후보를 비롯한 정치인과 법원·검찰 고위직을 지낸 거물 법조인들이 대거 수사대상에 오른 만큼 검경 수사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도 타당하게 들린다. ‘강제수용 공공택지 땅장사’로 화천대유 등 민간사업자가 모두 1조8000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겨가는 개발 구조가 짜인 배경에 대해 정치권 눈치를 보는 검경의 소극적 수사로는 의혹을 해소할 수 없다는 게 경실련 주장이다. 여당 상임고문인 유인태 전 의원도 “결국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미 드러난 검경의 부실 수사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장동 게이트 수사의 요체는 천문학적 ‘돈잔치’ 흐름을 파헤치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분 7%에 불과한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가 챙긴 배당수익만 4040억원이다. 김만배 씨는 뇌물 755억원, 배임 1100억원의 혐의를 받고 있다. 화천대유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몫으로 700억원이 들어있다는 얘기도 나돈다. 천화동인 1호가 배당받은 1208억원 중 ‘절반은 그분 것’이란 녹취록 내용의 실체 규명도 시급하다.
지난달 초 대장동 사건이 불거진 뒤 이에 대한 계좌추적만 제대로 됐어도 진실 규명에 한층 다가섰을 텐데 검찰과 경찰은 손을 놓다시피했다. 늑장 압수수색과 함께 필수 수사대상을 뺀 것이다. 그러니 대장동 게이트의 ‘키맨’ 김씨에 대한 영장청구가 기각되자 “기각될 수밖에 없게 꾸몄다”는 비아냥까지 나온 것 아닌가. 뒤늦게 검경은 “계좌추적을 열심히 해오고 있다”고 하지만 변명으로 들린다. 대장동 수사의 핵심 중 하나가 여당 대선후보의 배임 여부인데, 친정권 성향의 검찰이 그럴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미 검찰은 피의자의 휴대폰 확보 실패, 수사 착수 22일 만에 성남시청 첫 압수수색 등으로 한껏 불신을 부른 마당이다. 검찰 스스로 특검을 자초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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