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관련 사업을 하는 A사는 최근 중간급 경력 직원을 채용하려 채용 포털 사이트에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없어 고민 중이다. B사는 동종업계 10년차(차장급) 직원 연봉(약 8000만원)보다 많은 9000만원가량의 연봉을 제시했지만 적임자를 찾을 수 없었다. A사 대표는 “신입도 최소 연봉 5000만원 이상 제시하는데 그마저도 오지 않는다”며 “대신 일본에서 은퇴한 연료전지 전문가를 채용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소산업이 활성화하면서 수소경제 가치사슬(밸류체인)에 속한 중소·벤처기업들의 인력 확보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수소 연료전지 분야 석·박사나 유력 연구소 출신 인력은 대기업도 채용하고 있어 점점 고급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일부 중견기업은 직원들에게 우리사주 등을 제시하며 인력 유출을 막고 있다. 수소자동차에 사용되는 탱크(수소튜브)를 제조하는 일진하이솔루스는 올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기 앞서 우리사주를 모든 직원에게 살 수 있게 했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에서 최대 1억원까지 이자비용을 부담해줬기 때문에 인당 3000주 이상 매입했다”며 “주가 상승으로 직원들 사기도 오른 상태”라고 말했다. 상장 전 직원들이 공모가(3만4300원)에 매입했기 때문에 두 배 이상 평가이익이 난 셈이다.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엔지니어들의 몸값은 최근 크게 올랐다. 일선 중소·중견기업의 수소 연료전지 관련 과장·차장급 엔지니어 연봉이 9000만~1억원에 달한다. 대기업에서 수십여 년 활동한 뒤 은퇴한 수소 기술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에서 임원급으로 채용돼 1억~1억5000만원 정도의 연봉을 제시받고 있다.
기업들은 수소 기술이 계속 고도화되는데 이에 걸맞은 경력을 갖춘 엔지니어가 크게 부족한 점이 불만이다. 일반 중소기업에서는 수소에너지 기술의 기초가 되는 화학·기계 등 전공자를 뽑아 실무 교육을 거쳐 수소 엔지니어로 키우는 게 일반적이다.
수소충전소 구축사업을 하는 발맥스기술의 김일환 대표는 “수소 운송을 위해 영하 253도 극저온 상태로 냉각된 액화수소를 생산해야 하는데 액화천연가스(LNG)의 초저온 냉각 기술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며 “경력자 채용 시 각종 가스 업무를 했던 직원을 채용해 재교육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내년까지 이 연구원에서 100억원 규모 기술이전이 예약돼 있다. 그 덕분에 수소차 충전소에서 도시가스 파이프라인을 연결해 순도 99.9% 이상 수소를 공급할 수 있는 기술도 확보했다. 이정빈 원일티엔아이 대표는 “기술이전을 통해 원천 기술을 확보하면 외부 투자를 받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수소산업 붐’은 현재 정부 및 대기업이 이끌고 있다. 정부는 2005년부터 친환경 수소경제 구현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내놓는 등 수소경제에 대비해왔다. 지난 7일 정부가 연간 22만t 수준인 국내 수소 사용량을 2030년까지 390만t으로 늘리겠다는 ‘수소 선도국가 비전’도 발표했다. 국내 정유사 및 자동차 기업들은 수소 생산량을 늘리고 열차·선박 및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에 수소를 연료로 쓰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홍성안 GIST(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유럽연합(EU)이 2035년까지 모든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를 선포하는 등 기업 입장에선 친환경 제품에 대한 개발 노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며 “수소 인프라 관련 기업의 채용 경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나 최근 너무 많은 기업이 수소산업에 뛰어들며 과열 조짐도 보여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동현/김진원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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