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고위 경영자들이 '오징어게임'의 폭발적인 인기에 한껏 고무된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는 19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 발표 후 경영진이 참석한 '실적 설명회' 영상을 공식 유튜브 계정 등에 올렸습니다. 사회는 피델리티의 니디 굽타가 맡았습니다.
이 영상에서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공동 대표(CEO)와 스펜서 왕 IR 담당 부사장은 오징어게임 참가자들이 입었던 녹색 트레이닝복 상의를 입고 등장했습니다. 인터뷰 시작부터 화제는 오징어게임이었습니다. 굽타는 넷플릭스 경영진들에게 "오징어게임의 놀라운 시청자 수에 대해 축하한다"고 덕담을 건냈습니다. 이어 "내 아이들은 다시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영어로 red light green light)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극 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서 많은 참가자들이 살해되는 장면에 대한 농담인 것으로 보입니다.
헤이스팅스 공동 CEO는 재차 오징어게임을 언급하며 넷플릭스의 저력을 '분산 리더십'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오징어게임의 제작을 건의한 건 2년 전 한국 넷플릭스의 임원 중 한 명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4분기엔 가입자수 순증감폭이 8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기존 인기작인 '기묘한 이야기'와 '타이거 킹'의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해 모바일 플랫폼을 겨냥한 콘텐츠에도 신경을 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뉴만 CFO는 "전 세계 10억 가구 이상의 유료 TV 시청자, 더 많은 스마트폰 이용자를 감안할 때 가입자 유치의 한계는 보이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나타냈습니다.
가입자 수 증가율 등에 대한 시장의 우려와 관련해 스펜스 뉴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코로나19에 따른 변동성의 영향"이라며 "이탈률이 낮고 시청률은 높은 상태"라고 평가했습니다. 가입자수가 지난 분기 3866만명에서 3899만명으로 증가한 데 그친 남미 지역의 완만한 성장세와 관련해선 "브라질 등에서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단기적으로 성장이 둔화된 영향이 있다"며 "다른 시장보다 '성숙한' 지역이지만 추가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세계 넷플릭스 회원 3명 중 2명이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날 넷플릭스가 공개한 주주서한에서 글로벌 유료회원 2억1300만 중 1억4200만명이 오징어 게임을 최소 2분 이상 봤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경영진은 인터뷰 영상에서 "1억4200만명의 대다수가 한국이 아닌 지역의 시청자들"이라며 "한국의 스토리가 세계적으로 통하는 것에 놀라움을 느꼈다"고 강조했습니다.
오징어게임 효과가 반영된 3분기 '유료 회원 증가폭'은 440만명으로 당초 예상치인 350만명보다 25.7% 많았습니다. 총 유료 가입자 수는 2억1360만명으로 늘었습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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