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시가격 상승은 고가주택 소유자나 다주택자가 납부하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에도 영향을 준다. 종부세는 ‘과세표준×공정시장가액비율×세율’로 계산한다. 과세표준은 주택공시가격 합계액에서 공제액(6억원, 1가구 1주택 단독명의 11억원)을 차감해 계산한다. 특히 종합부동산세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과 다주택자가 적용받는 중과세율까지 큰 폭으로 올랐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2020년에는 90%였지만, 2021년에는 95%, 2022년 이후에는 100%로 인상되고, 다주택자는 1.2~6.0%의 높은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기획재정부에서 추정한 내년도 종합부동산세는 6조6000억원으로 올해보다 약 3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다주택자는 보유세 부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A씨는 서울 은마아파트(분양면적 99㎡·30평)와 마포래미안푸르지오아파트(112㎡·34평)를 보유한 2주택자다. A씨가 내야 할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는 2020년 2800만원에서 2021년 6700만원으로 2.4배 늘어나게 된다. 보유세 부담을 줄이려면 주택 수를 줄여야 하지만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의 주택을 팔 때는 양도소득세가 중과세된다. 설상가상으로 중과세율이 올해 6월 1일 이후부터 10%씩 인상돼 2주택자는 일반세율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자는 +30%포인트 중과세된다. 일반세율이 6~45%인 점을 감안하면 최대 82.5%의 양도소득세(지방세 포함)를 부담하는 셈이다.
만약 A씨가 5년 전 8억5000만원에 매입한 마포래미안푸르지오(34평)를 현재 19억5000만원에 매도한다면 중과세가 적용돼 7억1277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보유세도 무겁지만 양도세는 더 무겁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주택자들은 주택을 팔기보다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증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A씨가 마포래미안푸르지오를 배우자에게 50%, 성인 자녀 두 명에게 25%씩 지분으로 나눠 증여하면 증여세와 취득세는 약 3억7000만원이 든다. 반면 보유세는 기존 6700만원에서 1540만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재산세는 증여하더라도 줄어들지 않지만,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한 사람당 6억원씩 공제가 가능하고 중과세율이 아닌, 일반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증여받은 부동산을 양도할 경우 증여재산가액이 취득가액이 되기 때문에 양도소득세도 줄일 수 있다. 단 양도소득세에는 ‘이월과세’라는 규정이 있어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에게 증여받은 부동산을 5년 이내에 팔게 되면 당초 증여자의 취득가액으로 양도소득세를 과세한다. 따라서 5년 이상 보유하고 팔아야 절세효과가 있다. 증여가 늘면 매물이 잠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2만3749건으로 늘어나 다주택자들의 매도 건수인 1만8806건을 추월했다.
더군다나 2023년부터는 증여 취득세를 매기는 기준이 공시가격에서 시가로 변경될 예정이다. 따라서 2022년 이전에 증여하려는 다주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현 < 진진세무회계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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