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고 돈 번다…'텐베거' 된 위메이드

입력 2021-10-21 15:57   수정 2021-10-29 20:18

필리핀 마닐라의 정보기술(IT) 애널리스트였던 빈센트(25)는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7월 정리해고됐다. 먹고 살 길이 막막했던 빈센트가 찾은 새로운 출구는 게임이었다. 그는 베트남 게임 ‘엑시인피니티’에서 퀘스트를 완료한 뒤 얻은 코인을 팔아 생활비를 충당했다. 빈센트처럼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많은 필리핀인들은 게임을 통해 수익을 얻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게임업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돈 써서 이기는 게임(P2W·play to win)’에서 ‘돈 버는 게임(P2E·play to earn)’으로의 변화다. 엑시인피니트처럼 대체불가토큰(NFT) 기술을 사용해 돈 버는 시스템을 구축한 게임사가 게임체인저가 되고 있다. 이런 게임사가 한국에도 있다. 위메이드는 P2E 게임 시장에 국내에서 처음 뛰어들어 1년 반 만에 ‘텐베거(10배 오른 주식)’가 됐다.
돈 버는 MMORPG

21일 위메이드는 전 거래일 대비 8.69% 오른 14만1400원에 장을 마쳤다. 올초 이후로만 627% 올랐고, 17개월 만에 텐베거가 됐다. 위메이드의 시가총액은 현재 4조7026억원으로, 코스닥시장 내 7위를 기록 중이다. 위메이드의 코스닥 시총 순위는 106위(지난해 말)→55위(올 9월 말)→7위로 수직상승했다. 연매출 1000억원(작년 기준)의 위메이드가 연매출 3조원의 CJ ENM(10위·3조9867억원)을 지난 14일 제쳤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미르4글로벌’이 흥행한 덕이다. 하지만 단순히 게임이 흥행했기 때문은 아니다. 위메이드가 미르4를 통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뒷받침됐다. P2W에서 P2E로 패러다임을 바꿀 주역이 될 수 있다는 기대다.

미르4는 리니지처럼 대규모 전투가 가능한 MMORPG다. 사용자들은 게임 내 전투를 통해 광산을 점령한 뒤 흑철을 캘 수 있다. 얻은 흑철로는 아이템 강화도 할 수 있지만, 드레이코라는 토큰으로 바꾼 뒤 가상자산(암호화폐)거래소 빗썸에 상장돼 있는 위믹스 코인으로 환전해 현금화할 수도 있다. 사용자가 몰리면 몰릴수록 전쟁에서 이기기 어려워지는데, 이용자는 전쟁에서 이겨야만 흑철을 캘 수 있기 때문에 더 게임에 몰입하게 된다. 원조 P2E게임 엑시인피니티를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노동처럼 플레이했다면, 미르4는 전투라는 게임을 즐기면서 돈을 버는 셈이다.

미르4는 평균 소득이 낮은 데다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을 크게 입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미르4로 얻은 코인으로 웬만큼 생활비는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에서는 돈을 벌 수 없다. 과거 ‘바다이야기’ 등으로 홍역을 치른 정부가 NFT를 통한 현금거래는 사행성 문제가 있다며 등급을 내주지 않고 있다. 미르4는 세계 170여 개국에 출시돼 있다.
새로운 청사진…규제 가능성 ‘발목’
위메이드는 이용자의 아이템 구입(과금) 등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 이용자는 아이템을 돈 주고 구매해도 결국 이기면 다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과금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다. 이뿐만 아니라 위믹스 코인 거래 수수료까지 얻을 수 있다. 위메이드는 암호화폐거래소 빗썸의 최대주주 비덴트에 800억원을 투자한 2대주주이기도 하다.

증권가에선 지나친 과금에 대한 사용자들의 피로도가 높은 상황에서 위메이드가 새로운 수익모델(BM)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지나친 과금을 통해 수익을 얻었던 엔씨소프트가 최근 역풍을 맞은 상황에서 위메이드의 미르4가 게임체인저 역할을 한 만큼 현재 주가 수준은 타당하다”고 말했다.

한국산 MMORPG의 해외 진출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는 분석도 있다. 맥쿼리증권은 “한국의 MMORPG에 대한 해외 수요가 적은 상황에서 보상으로 사용자의 몰입을 높이는 P2E 게임 모델은 해외 사업 확장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위메이드 추가 투자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가 대세다. 또 다른 펀드매니저는 “현재 적정주가 산출은 의미가 없고 앞으로는 P2E 게임 확장성에 베팅해야 하는 구간”이라고 말했다. 또 해외에서도 NFT를 적용한 게임의 사행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 시장 확장 기대와 규제 우려 사이에서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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