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도 못피한 '공급망 병목'…메모리업계엔 호재 될 수도

입력 2021-10-21 17:34   수정 2021-10-22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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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장비 회사인 ASML이 공급망 병목 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비업계까지 덮친 공급망 차질이 메모리 반도체 업황과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장비 공급이 지연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메모리 업황 개선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ASML은 20일(현지시간) 4.15% 하락한 767.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이 회사는 지난 3분기 매출 52억4100만유로, 당기순이익 17억4000만유로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이다.

그럼에도 주가가 하락한 것은 4분기 매출 전망이 증권가 예상치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4분기 매출 가이던스는 49억~52억유로다. 세계적인 공급 차질로 일부 공정 부품과 소모품이 부족해 메인 장비의 부속 설비 및 일부 옵션이 빠진 채로 납품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장비 매출은 납품 시점이 아니라 설치가 완료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반영된다. 부품 조달 차질로 설치와 테스트가 지연되면서 매출 반영도 내년으로 이연되고 있다.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4분기 실적 전망을 내놓게 된 배경이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업종 내 ‘무풍지대’와도 같았던 ASML도 부품 부족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이 확인됐다”며 “TSMC 실적 발표를 계기로 나아졌던 반도체업종 투자심리는 다시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ASML 실적 발표가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3분기 ASML 매출을 수요처별로 분류하면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가 각각 16억유로, 25억유로를 차지했다. 메모리 부문 매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전 분기 대비 98% 늘어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시스템 반도체에 주로 활용하던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을 D램에도 적용하면서 앞다퉈 ASML EUV 장비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형 D램 업체들이 올해 4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월 5만 장 규모 D램 증설을 단행해 단기적으로 D램 수급 여건이 악화할 것으로 판단했는데, ASML의 3분기 메모리 부문 매출이 급증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ASML이 공급망 차질을 겪고 있다는 점이 메모리업계에는 예상치 못한 호재가 될 수도 있다.

박 연구원은 “ASML의 남아있는 메모리 장비 수주 금액이 급감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볼 때 D램 업황 개선 기대는 높아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며 “원재료 공급 부족으로 장비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 향후 D램 라인 추가 증설 속도도 늦춰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비 투자 속도 조절로 공급 과잉 우려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올해 4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지는 증설이 마무리되면 D램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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