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가격이 오르면서 내년에는 하락을 기대하는 주택수요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9월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11억9978만원으로, 22만원 부족한 12억입니다. 집값이 영원히 오를 수는 없으니 나름 좋은 판단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 주택가격을 예측하는 글로벌전문가들의 의견을 참조한다면 기다림은 고통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2022년말까지 향후 15개월 동안 미국의 주택가격이 16% 더 오를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는 지난 12개월 동안의 상승률(17.7%)에는 미치지 못하는 지표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글로벌전문가들은 팬데믹 기간 동안 시작된 주택시장의 열풍이 이후에도 계속될 여지가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내년에 국내 집값이 오르느냐 내리느냐의 판단에 미국의 주택시장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최근 주식 등 금융자산 뿐만 아니라 부동산 자산의 경우에도 글로벌 동조화 경향은 짙어 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전세계 경제흐름을 주도하는 미국의 주택시장의 움직임은 판단의 근거로 더욱더 중요합니다.
이 연구를 주도한 경제학자인 잰 헤치어스(Jan Hatzius)는 주택가격이 계속 상승한다는 주장의 기초로 수급상황을 꼽았습니다. 미국 경제를 괴롭히는 모든 부족한 자원 중 주택부족이 가장 심각하고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심지어 2023년에도 미국 주택시장이 6.2%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연구팀은 공급부족과 함께 수요 증가를 꼽았는데 밀레니얼세대가 주택시장에 참여하면서 130만명의 신규 가구수요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주택시장에서는 그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충분한 주택이 없고 2008년 이후 주택건설이 너무 보수적으로 이루어져 공급부족은 400만호에 이른다고 합니다.
우리와 너무 흡사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패닉바잉(panic buying)으로 오도될 정도로 20대와 30대의 주택시장 참여가 늘어나고 있는데 공급 가능성은 거의 없는 한국의 상황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글로벌 주택시장의 흐름을 고려한다면 주택수요자들은 지금이라도 집을 사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왜냐하면 미국보다 우리 주택시장의 상황이 더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신규주택의 공급 상황은 어렵지만 기존주택(재고주택) 공급의 경우 올해초 4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30%나 다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다중입찰(multiple bids)(한 주택에 여러 명의 매수자가 매수의사를 표시하는 경우)이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한국의 상황은 심각합니다. 신규 아파트의 공급도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기존주택의 공급 또한 정부의 규제로 인해 막혀 있기 때문입니다. 2023년에는 안정될 것으로 예상하는 미국 주택시장이 먼 나라 이야기로만 들리는 건 필자만의 기우였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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