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달러인덱스 고공행진…다시 '强달러' 시대 온다

입력 2021-10-25 09:00  


코로나19 사태 이후 ‘무제한 돈 풀기’에 나섰던 미국 중앙은행(Fed)이 돈줄을 다시 죌 채비에 나서고 있다. 그 영향으로 세계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ollar index)’는 장중 한때 94.563까지 급등했다. 지난해 9월 말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이후 소폭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 들어 달러인덱스는 5% 안팎 상승했다.
6大 통화 담은 ‘바스켓’ 방식
달러인덱스는 경제 규모가 크거나 통화가치가 안정적인 6개 나라의 주요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 가치를 평가하는 지수다. 유럽연합(EU)이 쓰는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을 비교 대상으로 삼고 있다. 통화별 비중은 그 나라 경제 규모에 따라 조절한다. 지금은 유로 57.6%, 엔 13.6%, 파운드 11.9%, 캐나다달러 9.1%, 크로나 4.2%, 스위스프랑 3.6%로 정해져 있다.

달러인덱스가 탄생한 것은 1973년 3월. 당시 기준점을 100으로 잡아 산출하고 있다. 요즘 달러 가치는 48년 전과 비교하면 5% 이상 낮은 상태라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지수는 외환, 주식, 원자재 시장 등을 전망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달러인덱스가 오르면 미국 국채 수익률이 하락하고, 주식시장과 함께 상품시장 등은 대체로 약세를 띤다. 지난 12일 2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장중 연 0.36%까지 올라 작년 3월 이후 19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화가 고공행진하면서 주요국 통화 가치는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날 기준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3주 만에 4% 가까이 하락했고,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도 지난해 7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한때 ‘경제위기 기준선’으로 여겨지는 1200원을 넘기기도 했다.

Fed 위원들은 돈줄을 죌 시기가 임박했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달러화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리처드 클라리다 Fed 부의장은 최근 국제금융협회 연례총회에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들어가기 위한 지표가 거의 충족됐다고 밝혔다. 앞서 Fed는 미국의 연평균 물가상승률이 2%를 넘어서고 고용이 늘면 유동성 공급을 줄여나가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매달 1200억달러어치 채권을 사들여 돈을 풀고 있었는데, 차츰 줄여나가겠다는 것이었다.
환율 급변하면 경제주체 희비 엇갈려
강(强)달러 시대에 진입하면 국내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과거와 똑같은 상품을 수입하더라도 더 많은 원화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수출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는 나라이자, 천연자원이 부족해 원유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다. 환율 상승은 수출 기업의 생산을 활발하게 하는 동시에 수입 기업의 원가를 높이고 물가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항공사나 정유사의 경우 다른 조건은 그대로이고 원·달러 환율만 10원 올라도 장부상으로 수백억원의 손실(환차손)을 보게 된다. 반대로 수출기업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 개방화가 이뤄질수록 환율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커진다. 적정 속도를 넘어선 가파른 환율 상승은 자본시장에도 큰 충격을 준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국내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과 채권을 팔아치우고 떠나는 ‘셀 코리아(Sell Korea)’에 나설 수 있어서다. 외국에 있는 자녀에게 정기적으로 송금하는 기러기 아빠에게도 환율 상승은 달갑지 않은 뉴스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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