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 논증에 관한 다양한 비판이 가능하다. 반자유의지 논증을 비판하는 한 입장에 따르면 반자유의지 논증의 선결정 가정을 고려할 때의 결론은 받아들여야 하지만, 무작위 가정을 고려할 때의 결론은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따라서 반자유의지 논증의 결론도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임의의 선택이 나의 자유의지의 산물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첫째, 내가 그 선택의 주체여야 한다. 둘째, 나의 선택은 그 이전 사건들에 의해 선결정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어떤 선택이 그 이전 사건들에 의해 선결정되어 있다면, 이것은 자유의지를 위한 둘째 조건과 충돌한다. 따라서 반자유의지 논증의 선결정 가정을 고려할 때의 결론인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중략)
다음으로 어떤 선택이 무작위로 일어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선택의 주체는 나일 수 있다. 유물론적 인간관에 따르면‘갑이 딸기 우유를 선택했다’는 것은 ‘선택 시점에 갑의 뇌에서 신경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갑의 이러한 신경 사건이 이전 사건들에 의해 선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가정해보자. 이러한 가정 아래에서도 갑은 그 선택의 주체일 수 있다. 왜냐하면 이 가정은 선택 시점에 발생한 뇌의 신경 사건으로서 ‘갑이 딸기 우유를 선택했다’는 사실을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반자유의지 논증의 무작위 가정을 고려할 때의 결론은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
이 글은 논증과 비판의 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이 글에서 제시된 논제는 ‘자유의지로 선택할 수 있을까?’이다. 이에 대해 ‘반자유의지’ 논증에서는 ‘자유의지가 없다’는 결론을 ‘갑의 … 선택이 … 선결정된 것이라면 갑이 자유의지로 … 선택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 ‘갑의 … 선택이 … 무작위로 일어난 신경 사건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자유의지의 산물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제로 증명하고 있다. 한편 그 논증의 비판은 ‘반자유의지 논증의 결론도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반자유의지 논증의 선결정 가정을 고려할 때의 결론은 받아들여야 하지만, 무작위 가정을 고려할 때의 결론은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전제로 증명하는 것이다.
이렇게 논제에 대한 논증과 그 논증에 대한 비판을 설명하는 글은, 전제와 결론의 관계를 파악하며 읽어야 한다.

‘철수 샘은 여자가 아니다’라고 하면 ‘철수 샘은 남자다’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철수 샘은 아침에 일하지 않는다’라고 하면, ‘철수 샘은 밤에 일한다’라고만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철수 샘은 새벽에 일한다’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 사례가 다른 이유는 ‘여자’와 ‘남자’의 관계가 상호 배타적 관계인 반면 ‘아침’과 ‘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즉 여자이면 남자일 수 없고 남자이면 여자일 수 없으나, 아침과 밤 외에 제3의 경우인 ‘새벽’, ‘낮’이 있는 것이다. 전자를 모순 관계, 후자를 반대 관계라고 한다. 이 글에서 ‘선결정’과 ‘무작위로 일어남’은 자유의지에 의하지 않은 선택으로서,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과 상호 배타적인 개념이다. ‘선결정’과 ‘무작위로 일어남’ 또한 ‘무작위로 일어난다는 것은 선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는 말을 고려할 때, 상호 배타적인 개념이다. 따라서 마지막 문단에서 ‘무작위로 일어난 것’과 ‘선결정되지 않은 것’은 같은 의미의 말이다. 그 관계를 위에 있는 그림으로 이해해 보라.
모순 관계에 있는 개념을 이용해 논증을 할 수 있다. 즉 ‘A는 B이거나 C이다. A는 B이다. 그러므로 A는 C가 아니다’와 같은 논증(‘A는 B이거나 C이다’가 선언 명제이기 때문에, 이 논증을 ‘선언 삼단 논증’이라고 한다.)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 설명하는 반자유의지 논증을 정리하면 ‘(갑의 선택은 선결정이거나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이다.) 선결정된 것이다. 자유의지로 선택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갑의 선택은 무작위로 일어난 것이거나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이다.) 무작위로 일어났다. 자유의지의 산물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논증을 이해하는 데 개념들의 관계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상의 내용은 수학 시간에 배운 합성명제의 진릿값과 관련 있다. 이를 이해하는 것도 국어 능력의 하나임을 알아야 한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