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교육계에 따르면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최근 발표한 ‘초등학교 시기 학업성취 수준 기초 미달 여부에 따른 교육 경험과 성장의 차이’ 보고서에 이런 내용이 담겼다. 이 보고서는 초등학교 5학년 학생 집단을 고등학교 1학년까지 추적한 것을 바탕으로 한 연구물이다.
초등학교 시기 학업성취 수준 기초 미달 여부에 따라 교육 경험과 성장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를 분석했다. 초등학교 5학년 혹은 6학년 시기에 ‘한국교육종단연구’가 개발한 기초능력검사지에서 국어·영어·수학 중 한 과목이라도 기초 미달이었던 학생은 ‘기초 미달’로, 이외의 학생은 ‘기초 이상’으로 분류했다.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교 시기 학업성취 수준이 기초 이상인 학생은 교사와의 관계가 기초 미달 학생에 비해 더 긍정적이었다. 기초 미달 학생은 2015년 3.64점(5점 만점, 점수가 높을수록 ‘긍정적’)에서 2019년 3.70점으로 학년이 높아짐에 따라 점수가 올라가긴 했으나, 기초 이상 학생보다는 0.06~0.17점 낮았다. 기초 미달 학생은 기초 이상 학생에 비해 친구와의 관계도 덜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에서의 지원도 차이가 났다. 기초 미달 학생의 학부모는 기초 이상 학생의 학부모에 비해 자녀에 대한 학업·정서적 지원 수준이 일관되게 낮았다. ‘자녀를 격려한다’ ‘자녀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등의 질문으로 측정한 부모의 정서적 지원 조사에서 기초 미달 학생은 2015년 3.93점에서 2019년 3.91점으로, 기초 이상 학생보다 0.09~0.13점 낮게 나타났다.
기초학력은 학생들의 공동체 의식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나보다는 타인을 먼저 배려한다’ ‘버스와 지하철에서 노약자나 장애인이 타면 자리를 양보한다’ 등의 문항으로 측정한 타인 배려 정도에서 기초 이상 학생이 미달 학생보다 꾸준히 높은 값을 보였다.
보고서는 “초등학교 시기 학업성취 수준이 기초 미달이었던 학생과 기초 이상이었던 학생은 가정에서의 교육 경험과 지원, 학교 내 교육 경험 등에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였다”며 “이런 차이는 장기적으로 유지될 개연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차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학교에 기초학력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정부, 교육청, 학교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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