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탐욕' 때문에…상아 없이 태어나는 코끼리 늘었다

입력 2021-10-22 17:53   수정 2021-11-05 00:31


인간의 욕심 때문에 코끼리가 진화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1일(현지시간) 미국 프린스턴대의 로버트 프링글 교수 등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1977~1992년 모잠비크 내전 기간 상아 밀렵이 성행하면서 암컷 아프리카 사바나 코끼리의 진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에는 아프리카에서 밀렵이 성행하자 상아(엄니) 없이 태어나는 코끼리가 늘어났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프리카 코끼리는 모잠비크 내전 기간 개체 수의 약 90%가 무장군에 학살당하는 등 포획 위험이 특히 높았다. 무장군은 무기 구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코끼리 상아를 무분별하게 팔아치웠다.

연구진은 모잠비크 고롱고사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아프리카 사바나 코끼리 중 유독 암컷이 상아 없이 태어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발견하고, 유전적 요인이나 성별에 관련한 것인지 확인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암컷 코끼리 중 상아가 있는 7마리와 상아가 없는 11마리의 혈액을 채취해 DNA를 분석한 결과, 연구진은 포유류의 치아 발달에 기여하는 유전자를 포함해 X 성염색체 한쪽에 돌연변이가 생겨 상아가 사라졌을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암컷은 XX 성염색체를 갖고, 수컷은 XY 성염색체를 갖고 있는데 X 성염색체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암컷은 상아를 잃고, 수컷은 아예 어미 뱃속에서 유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변화가 코끼리뿐만 아니라 생태계 전체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상아는 코끼리가 땅속의 먹을 것을 파내고 나무껍질을 벗기는 도구로 쓰이는데, 상아 없는 코끼리의 증가는 식물 종 구성 등 다른 생태계 속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자연에서 인간 개입의 영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인간이 동물의 해부 구조를 바꾸고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다만, "멸종 위기에 처했던 1990년대 이후 코끼리 개체 수는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와 같은 보존이 유지된다면 상아가 없는 특성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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