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위원장(사진)은 22일 공정위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공동 개최한 학술토론회에서 “탈가족화로 친족 개념이 변화하고 있다”며 “지금의 대기업집단 시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전면개정 이후 대기업집단 정책방향’을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동일인 관련자 범위의 적절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조 위원장이 범위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답한 것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동일인은 동일인 관련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임원 현황 및 재무 상황 등을 직접 파악해 공정위에 제출해야 한다. 해당 자료를 제대로 내지 않으면 동일인 관련자가 아니라 동일인이 지정 자료 누락과 관련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혈족 6촌은 사촌 형제의 손자로 현대 사회에서는 생사 확인조차 어려울 정도로 먼 친척인 만큼 범위를 좁혀달라는 요구가 기업계에서 이어져왔다”며 “조 위원장 역시 같은 문제의식을 가져 공정위 내부적으로 이미 동일인 관련자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학술토론회에 참석한 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실적으로 혈족 범위를 4촌 이내, 인척 범위는 ‘배우자의 직계존비속’ 정도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신 교수는 “현행법상 동일인 관련자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 ‘사실혼 배우자’ ‘양자가 속한 생가의 직계존속’ 등이 사익편취 문제 등을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동일인 관련자를 가족형태 변화에 따라 일부 확대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동일인 관련자뿐만 아니라 공정거래법 관련 법령 전반에 걸쳐 친인척 범위의 적절성을 따지고 있다. 기업집단 내에서 특정 회사를 독립적으로 경영하려는 임원이 공정위에 내야 하는 친족 관련 자료의 범위를 축소하겠다고 지난 12일 발표한 게 대표적인 예다. 이에 따라 독립경영 임원이 공정위에 제출해야 하는 친족 명단 범위는 오는 12월 30일부터 대폭 축소된다. 현재는 ‘배우자 및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명단 전부를 내야 하지만 앞으로는 친족 중 동일인 관련자에 해당하는 경우만 신고하면 된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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