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중국 투자의 실마리가 보이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규제의 틀을 제공한 ‘공동부유’ 정책이 구체화된 게 투자지도를 명쾌하게 하고 있다. 가까스로 디폴트 위기를 모면한 헝다뿐만 아니라 플랫폼, 사교육, 의료에 대한 고강도 규제가 모두 시진핑 국가주석이 강조하는 공동부유 정책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피해야 할 분야는 명확해졌다. 부동산, 교육, 의료 등 가계 부담이 큰 분야다. 반면 친환경, 정보기술(IT), 인프라 등 정책 수혜에 올라타는 업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중국 투자 시 가장 먼저 피해야 할 분야로 부동산이 꼽힌다. 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가 휘청이게 된 배경에 ‘부의 재분배’를 강조하는 공동부유 정책이 있기 때문이다.
3연임을 앞둔 시 주석은 공동부유를 중국이 이뤄야 할 목표로 내세웠다. 7~8%대 고속 성장을 할 시기가 지났고, 중국 내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동산 시장 규제에 나섰다. 중국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비율(PIR)은 24배로, 미국(4배) 유럽(11배) 일본(9배) 등을 훌쩍 넘어섰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고강도 대출 규제에 나섰다. 헝다는 이 정책을 따르지 않았다. 올 6월 추가 대출이 금지됐다. 대출 문이 막히자 헝다는 달러 채권을 발행하기 시작했고, 이자조차 갚지 못하면서 파산 직전 상황에 내몰렸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헝다 사태는 ‘공동부유발 헝다 리스크’”라며 “‘차이나 레버리지 성장’의 표본이었던 헝다의 디폴트 위기는 부동산 개발로 중국 경기를 부양하던 시대가 끝났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유동성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헝다 주가는 1년 전 대비 약 82%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 시장의 뇌관으로 전락했다. 헝다 외에도 그린랜드, 컨트리가든, 시즌홀딩스 등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70%를 넘어선 부동산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플랫폼, 엔터 업종도 당분간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경환 연구원은 “제조업으로 흘러들어가야 할 시중 자금과 데이터를 플랫폼 업체가 흡수하는 걸 중국 정부가 못마땅해한다”며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강도 높은 플랫폼 규제를 시행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관련 주가도 같이 수직 상승했지만 증권가에선 친환경 관련 종목으로 갈아탈 때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정점을 찍은 뒤 206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김 연구원은 “정부 정책에 의해 산업 전체가 흔들리는 만큼 태양광·풍력의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전기차 관련 밸류체인에서 기회가 있다”고 분석했다.
IT 업종도 눈여겨보라는 조언이다. 특히 정부가 공급망 수직 계열화를 위해 제조업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커창반지수’에 편입된 기업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차세대 IT, 첨단장비, 신소재, 전기차, 친환경, 헬스케어 종목 등으로 구성됐다. 개별 기업 투자가 쉽지 않다면 상장 1년 이상 된 종목 중 시가총액이 큰 기업 위주로 구성된 ‘커창반50 상장지수펀드(ETF)’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양극화 해소 이후 중국 정부의 최종 목표는 ‘내수 국가’로의 변신이다. 가계 고정지출을 국가가 부담하겠다고 나선 이유기도 하다. 미·중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해외 의존도를 낮춘다는 계획이다. 전종규 연구원은 “중서부 10억 인구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를 키우려는 전략”이라며 “여행 등 여유 소비재에 관심을 둬도 좋다”고 조언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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