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사면초가…"증오 콘텐츠 알고도 방치"

입력 2021-10-24 17:23   수정 2021-10-25 02:33


세계 1위 SNS인 페이스북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사회 갈등을 유발하는 다량의 콘텐츠를 알면서도 방치했다는 내부고발자 폭로가 이어지면서다. 사회적 증오심까지 비즈니스에 활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8억 명의 사용자를 거느린 페이스북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외신들, 내부고발 일제 보도
페이스북이 지난 1월 6일 미국 국회의사당 습격사건 당일까지 ‘스톱 스틸(Stop Steal)’ 등 시위대 구호 게시물을 방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페이스북 내부고발자인 프랜시스 하우겐은 이런 내용을 담은 ‘하우겐 파일’을 미 규제기관과 의회에 제출했다. 파일을 확보한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23일(현지시간) 이를 일제히 보도했다.

의사당 습격사건 당시 시위대는 SNS 등을 통해 가짜 정보와 지시 사항을 퍼뜨리며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정보 확산 통로가 된 SNS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던 이유다. 당시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페이스북이 아니라 다른 플랫폼에서 시위대가 조직적으로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과 달랐다는 것을 페이스북도 알고 있었다. 사건 당일 오전부터 페이스북에선 폭력 선동 게시물이 급증했다. 당시 정책 위반 게시물이 평소보다 일곱 배로 늘었다. 규정에 따라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지만 시위대 대표 구호조차 페이스북의 제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FT는 전했다. 잘못된 정보를 방치해 갈등을 조장했다는 뜻이다.

인스타그램 와츠앱 등을 운영하는 페이스북의 하루 사용자는 28억 명이다. 지난해 860억달러의 수익을 올린 세계 1위 SNS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난에 페이스북 대변인은 “법률에 따라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부정 선거 게시물, 사실상 방치
페이스북은 미 대선 당시 큐어넌 등 극우단체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거짓 음모론을 퍼뜨린다는 사실을 인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정보가 퍼지는 것을 막는 데 실패했다.

의사당 습격사건 수개월 전부터 부정 선거 게시물이 급증한 것을 페이스북이 파악하고 있었다는 자료도 공개됐다. 미 대선 직후 페이스북 정치 콘텐츠의 10%가 부정 선거 논란을 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게시물의 1~2%에 해당한다. 일부 문제 콘텐츠가 삭제됐지만 조치는 미미했다. 내부에서도 ‘단편적’이란 지적이 나왔을 정도다. 사용자 참여가 줄거나 명성에 흠집이 나는 데 대해 페이스북이 두려워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논란은 미국에만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인도 뉴델리에서 53명의 사망자를 낸 힌두교-이슬람교 충돌 당시에도 페이스북이 갈등 확산 창구가 됐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2019년 말 인도 페이스북 계정의 종교 비판 콘텐츠는 300% 증가했다. 많은 사용자가 폭력 조장 콘텐츠를 줄이는 게 페이스북의 책임이라고 믿었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젊은 층 외면에 성장 한계 직면
페이스북은 스스로 성장 한계에 도달했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젊은 사용자 급감을 우려한 내부 보고서도 발행됐다. 2년간 페이스북의 10~17세 사용자가 13% 줄었다고 FT는 전했다. 18~29세 성인 사용자도 2% 감소했다. 이들은 인스타그램보다 틱톡에서 2~3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광고 매출의 근거가 되는 사용자 수도 불투명하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미 신규 계정의 40~60%는 이미 페이스북 계정을 보유한 사람이다. 페이스북은 월간 활성 사용자의 11% 정도가 중복 사용자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그 수가 예상보다 많다는 의미다.

하우겐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페이스북을 고발하면서 “중복 계정이 포함되면 사용자 감소가 가려질 뿐 아니라 일부 광고주에는 요금을 중복 부과하게 된다”고 했다. 페이스북 측은 “광고주에 제공하는 도달 범위 수치는 추정치”라며 “광고주는 실제 클릭과 노출에 대한 비용을 지급한다”고 항변했다.

잇따른 악재에 페이스북은 돌파구를 찾고 있다. 오는 28일 연례 콘퍼런스인 ‘커넥트’를 연다. 이 자리에서 페이스북이 새 사명과 함께 브랜드 쇄신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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