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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충기 손가락 대표(사진)는 이런 현실을 아쉽게 여겼다. ‘가락시장은 왜 꼭 도매여야 할까’ 생각했다. 손가락은 ‘내 손안에 가락시장’의 줄임말이다. 스마트폰(온라인)으로 가락시장과 소비자 사이의 유통 단계를 생략한 모델이다.
올해 5월 사업을 시작한 손가락은 유통 단계를 줄이기 위해 가락시장 경매에 참여하는 매매참관인 자격을 얻었다. 그리고 중간유통과 대형마트·소매점 단계를 없애는 도전에 나섰다. 소비자가 ‘손가락’ 앱에서 밤 12시까지 농산물을 주문하면, 손가락이 새벽 경매를 통해 당일 산지에서 들어온 농산물을 확보해 곧바로 새벽배송을 해준다. 소비자는 며칠이 걸리는 중간유통 단계 없이 당일 새벽 가락시장에 들어온 농산물을 아침 7시 전까지 집 앞에서 받아볼 수 있다. 설립 후 36년간 철저히 ‘B2B(기업 간 거래)’를 기반으로 했던 가락시장에 처음으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의 틈새가 생긴 셈이다.
중간유통 마진이 없어지니 가격도 자연스럽게 내려갔다. 채 대표는 “신선도는 대형마트보다 좋지만 가격은 약 30% 저렴하다”며 “당일 경매, 당일 배송이기 때문에 재고가 없고 폐기되는 상품도 없다”고 말했다.
손가락의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면서 매출은 매월 50%씩 뛰고 있다. 사업 첫달인 5월 매출은 600만원 정도였지만 4개월 만인 9월엔 추석연휴가 끼었음에도 매출이 3000만원에 육박했다. 재구매율은 70%에 이른다. 채 대표는 “아무런 마케팅을 하지 않았지만 지역 커뮤니티와 카페를 중심으로 품질에 대해 소문이 나면서 매출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서울 송파구에서만 서비스하고 있는 손가락은 연내 강남구, 서초구, 강동구로 사업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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