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한 명지대 교수 "대학에선 못 배우는 '공부법' 가르쳐 드려요"

입력 2021-10-24 17:44   수정 2021-10-25 01:01

“‘유튜브대학’엔 학과도 전공도 없습니다. 사람들에게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핵심이죠. 메모를 잘 정리하는 것으로도 시작 가능한 ‘삶을 바꾸는 지혜’를 함께 나눠보고 싶었어요.”

25일 문을 여는 ‘아이캔유튜브대학’은 캠퍼스도, 학번도, 학과도 없다. 강의 장소는 유튜브와 줌(Zoom). 수업 내용은 ‘공부 계획 세우기’ ‘전략적인 삶 살기’ ‘시간 활용법’ 등 기존 대학에서는 보기 힘든 수업들로 채웠다. 강의 내용에 대해 질문하면 교수가 일일이 답변도 달아준다. 정식 대학은 아니지만 수강료를 내고 수업을 들으면 수료증까지 발급해준다. 이색적인 이 대학의 문을 연 사람은 국내 기록학의 권위자로 꼽히는 김익한 명지대 기록과학대학원 교수(사진)다.

평생 기록학을 전공해온 학자는 왜 공부법 수업에 나섰을까?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김 교수는 “공부하는 방법을 잊어서 공부 자체를 어려워하는 사람이 주변에 의외로 많다”며 “‘기록하는 방법’을 응용해 이런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유튜브 대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기록학은 자료의 평가, 수집, 보존 등을 보다 용이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 학문이다. 대통령기록물을 비롯한 공공기관 내 기록물은 물론 기업의 방대한 사내 기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 쓰인다. 현재 정부가 운용하는 국가기록관리제도의 초안을 만든 사람이 바로 김 교수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엔 직접 진도로 내려가 전문가들과 함께 민간 차원의 사고 기록 작업에 앞장서기도 했다.

대단위 기록 정리에 주로 사용되는 기록학이 어떻게 개인의 공부법에 응용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우리가 공부하며 일상적으로 하는 메모를 제대로 정리하는 것도 기록학”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메모한 정보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기억에 효율적으로 저장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는 얘기다. 단순 공부법만이 아니라 삶을 계획하고 성찰하는 데도 기록학을 응용하면 더욱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그가 작년 초 개인 유튜브인 ‘김 교수의 세가지’를 시작하게 된 배경도 기록과 관련한 책을 서점가를 지나가다 우연히 본 게 시작이었다. 메모 기술법을 알려줘 인기 도서로 꼽혔지만 정작 읽어 보니 내용이 잘못된 부분이 많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작 메모를 ‘기록’으로 바꾸는 내용은 부족한 책이 태반이었다”며 “논문으로 연구 성과를 발표해도 보는 사람이 무척 적으니 ‘차라리 유튜브를 해보자’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명예퇴직하고 음식점을 한 친구가 있었어요.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한 사업이니 잘되지 않았죠. 계획을 철저히 세우고 관련 조사를 하는 게 당연하다고 하지만 그걸 하지 않아서 실패하는 분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단순 공부법을 가르치는 것만이 아니라 수강생들이 서로 성공 사례를 공유해 실천하도록 독려할 계획입니다.”

김 교수는 “기록학에 대한 대중서도 곧 펴낼 계획”이라며 “지식보다는 삶의 지혜를 나누는 대학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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