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경쟁은 매우 치열해지고 있다. 페이스북은 메타버스 구축에 5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하고 사명까지 메타버스와 관련된 이름으로 바꿀 준비를 하고 있다. 로블록스는 비디오 게임 채팅 플랫폼 길디드를 인수했다.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포트나이트’를 운영하는 에픽게임즈는 10억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새로운 정보기술(IT) 패러다임인 메타버스 시장이 열리자 이를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총력전이 시작된 것이다.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제페토를 글로벌 플랫폼으로 키우려는 배경이다.

제페토가 가장 빠르게 세를 넓힐 수 있는 곳은 일본 시장이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일본에서 이미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일본에서 합작회사(조인트벤처)인 Z홀딩스를 세우고 각자 주력 서비스이던 라인, 야후재팬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본 내 지배적인 IT 플랫폼들의 ‘지원사격’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소프트뱅크가 메타버스 플랫폼에 들인 최초의 거액 투자”라며 “제페토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데 든든한 우군을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제트는 이번 투자를 통해 제페토의 다양한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먼저 현재 구상하고 있는 ‘대체불가능토큰(NFT)’ 기반 자체 경제생태계를 꾸리는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콘텐츠 원본 증서’로 불리는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토대로 디지털 콘텐츠의 원본을 불법 복제본과 구별할 수 있게 해준다. 다양한 아이템, 콘텐츠 등을 사고파는 제페토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네이버제트는 지난 8월 블록체인 스타트업 슈퍼블록에 투자하기도 했다.
이용자가 참여해 게임을 개발하는 기능도 추가한다. 이용자가 직접 게임을 제작, 판매할 수 있게 해 인기를 얻은 로블록스를 벤치마킹했다. 제페토는 이 기능을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페이스북은 이 기능을 위해 유닛2게임즈를 인수했다.
콘텐츠 확충에도 더 힘쓸 수 있게 됐다. 네이버제트는 지난해 BTS 소속사인 하이브,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으로부터 170억원의 투자를 받으며 제페토의 콘텐츠를 확장해왔다. 지난달 네이버제트는 콘텐츠 확대를 위해 메타버스 크리에이터 MCN(다중채널네트워크) 벌스워크에 투자해 지분 40%를 확보하기도 했다. 벌스워크는 제페토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을 관리해주고 콘텐츠 영상을 제작하는 기획사다.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제트가 실탄을 손에 넣은 만큼 스타트업 투자, 인수 등을 통해 NFT 기반 생태계 구축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구민기/김채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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