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한수 CBC그룹 한국·북미 대표(사진)는 25일 기자와 만나 “휴젤 인수는 한국 제약·바이오 분야 투자의 시작”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곳이라면 모두 투자 대상”이라고 했다. CBC그룹은 2014년 싱가포르에 설립됐다. 누적 운용자산(AUM)은 50억달러(약 6조원)가 넘는다. 이 자금으로 전 세계 38곳에 투자했다. 국내에는 지난 8월 휴젤 인수로 이름을 알렸다. 경 대표는 제넥신 대표를 지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 인맥도 넓다.
경 대표는 “국내 사업만 봤다면 휴젤에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전 세계 보톡스 시장의 70~80%를 차지하는 미국, 유럽 등에 아직 진출하지 않아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최근 휴젤의 춘천 거두공장 보톡스 제제 생산 공장에 대한 현장 실사를 마쳤다. 연내 품목허가 승인이 예상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는 이르면 내년 1분기 내에 이뤄진다. 경 대표는 “미국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이 본격화하면 휴젤이 제대로 된 기업가치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미국 나스닥 상장 등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했다.
경 대표의 ‘선구안’에 미치는 주된 기준은 글로벌 성공 가능성이다. 그는 “휴젤 투자는 시기적으로 운이 좋았다”고 했다. 글로벌 에스테틱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곳을 물색하던 차에 휴젤이 매물로 나왔고, 신사업 진출을 벼르던 GS그룹을 파트너로 만났기 때문이다. 경 대표는 “홈쇼핑 등 GS그룹이 가지고 있는 우수한 리테일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시너지를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휴젤처럼 경영권 이전(바이아웃) 거래만 보는 것은 아니다. 대상도 바이오로 한정하지 않는다. 경 대표는 “혁신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벤처뿐 아니라 유망한 디지털헬스케어, 의료기기 대한 벤처투자(VC)나 크레디트 펀드 투자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는 끔찍하지만 제약·바이오산업만 놓고 보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투자받을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경 대표가 국내 제약·바이오 벤처기업에 바라는 역량도 글로벌 경쟁력이다. 그는 “한국 바이오산업은 우수한 인재와 연구개발(R&D) 실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글로벌 임상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실패하더라도 미국이나 유럽 같은 글로벌 시장에서 실패하는 것과 국내에서 실패하는 것은 경험에 큰 차이가 있는 만큼 해외 진출을 창업 초기부터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재영/차준호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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